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주포 김연경(31·터키 엑자시바시)과 이재영(23·흥국생명)은 실패를 반복할 생각이 없다.
올림픽 진출이 눈앞에서 멀어졌지만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심신을 가다듬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현재 서울에서 열리는 제20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을 치르고 있다. 이 대회에서 8강 안에 들면 내년 1월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대륙별 예선에 출전할 수 있다. 대륙별 예선에서 우승한 팀이 마지막 남은 출전권 한 장을 획득한다. 아시아선수권은 가장 강력한 경쟁국인 태국과의 전초전이다.
대표팀은 예선 A조 1차전 첫 경기에서 이란을 상대했다.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했다. 이재영이 두 팀 합계 최다인 11득점을 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에이스 김연경은 1세트만 뛴 뒤 체력 안배를 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더 중요한 무대다. 경기력 회복과 조직력 향상이 목표다. 김연경도 1차전 경기 결과, 짧은 출전 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준결승전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김연경의 시선은 이미 내년 1월 열리는 대륙별 예선에 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대륙별 예선까지 밀리게 된 경기, 지난 5일(한국시간) 열린 세계 예선 E조 세 번째 경기던 러시아전을 패전을 떠올렸다. "경기 뒤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토록 어려운 경기도 드물었다"고 돌아본 뒤 "그만큼 (승리가)간절 했다. 올림픽 출전에 다가섰는데 다시 멀어졌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격파한 뒤 러시아와 만났다. 두 팀 모두 2승씩 거둔 상황. 조 1위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직행 티켓을 두고 격돌했다. 먼저 1·2세트를 따냈고, 3세트도 22-18로 앞섰다. 그러나 급격하게 흔들리며 내리 7점을 내줬다. 3세트를 기점으로 기세를 내줬고 5세트에서도 뒷심이 무뎌지며 패했다.
김연경은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점을 자책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최종 목표를 취하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러시아전 패전으로 숙제를 명확하게 알았다. 스테파노 라바니리 감독 이하 코칭 스태프, 선수단이 모두 경각심을 갖고 대비를 시작했다.
경기는 패했지만 전력 차이는 크지 않았다. 김연경도 이 점을 주목했다. 그는 "아무도 한국이 러시아와 대등하게 경기를 치러낼 것을 예상하지 않았다. 강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고 했다. 자신감은 잃지 않았고, 투지도 여전하다. 개인적으로는 컨디션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대륙별 대회에서는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이재영도 김연경과 다르지 않다. 그는 "러시아전 패배 뒤 속상해서 울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시는 같은 경험을 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굴욕적인 감정을 자양분로 삼는다. 그는 지난 시즌(2018~2019) V리그 여자부 MVP(최우수선수)다. 그 전 시즌에 소속팀이 최하위로 추락한 뒤 배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더 독하게 운동을 했다고 한다. 특유의 승부욕은 이재영을 최고로 이끈 원동력이다. 러시아전 패전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