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프로포폴을 맞아야 하나요. 중독되거나 죽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최근 병원에서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사용한다고 하면 환자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일부 환자는 프로포폴 사용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위해서 프로포폴을 사용하겠다고 하니 환자가 중독이나 사망 등에 대한 걱정 때문에 투약을 거부했다"며 "요즘 프로포폴 관련 사건·사고가 많아서 거부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유 주사'로도 불리는 프로포폴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30대 여성이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반년간 18차례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프로포폴을 투여받으려고 서울 동작구와 영등포구 등의 병원 17곳을 돌아다니며 18회에 걸쳐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꾀병을 부려 수면내시경 검사를 50차례 받은 뒤 치료비를 내지 않은 30대 남성이 법정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에는 성형외과 의사가 동거녀에게 처방전 없이 프로포폴을 투약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의사는 평소 동거녀가 수면 부족을 호소하자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초에는 한 성형외과 원장이 심적으로 우울해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연예인들도 프로포폴 상습 투약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적지 않다.
이처럼 프로포폴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 사용을 반대하거나 대체 약물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마취과 전문의들은 프로포폴을 제대로 알면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프로포폴은 정맥으로 투여하는 수면마취제다. 주로 수면내시경이나 간단한 시술, 성형수술의 마취제로 쓴다. 특징은 다른 마취제들보다 마취유도와 마취회복이 빠르다는 점이다. 약 성분은 정상 성인 기준 간에서 대사돼 체내에 남지 않고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오며, 다른 마취제와 달리 오심, 구토를 일으키지 않아 환자도 의사도 부담 없이 흔히 사용한다.
아이디병원 마취과 이혜진 원장은 "프로포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중독(오남용)과 호흡 억제로 인한 사망"이라며 "프로포폴은 마취 후 메스꺼움, 두통, 불쾌감 없이 충분한 숙면 후 느끼는 쾌적함, 개운함을 주기에 일부 환자에서 중독이 생기고 이는 오남용으로 이어진다. 다량 투여 시 호흡 억제로 인한 무호흡, 곧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마취과 전문의의 감독 하에 필요한 목적에만 사용해야 한다"며 "나이·체중·병력을 고려해 환자별 용량을 달리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평소 수면 무호흡증이나 약물, 음식 알레르기 등 병력이 있는 경우 의료진에게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프로포폴은 대두유(콩기름), 정제란인지질(난황) 등이 함유된 약물이다. 평소 콩이나 땅콩, 콩기름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경우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계란 알레르기 환자에서 프로포폴 투약은 가능하지만 계란 아나필락시스(후두부종·호흡곤란·저혈압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 병력이 있는 경우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프로포폴 알러지가 발생하는 경우 가볍게는 두드러기가 생겼다 호전되지만, 심하면 호흡곤란, 저혈압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
일부 성형외과 병원에서는 환자의 위험과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프로포폴 사용 전 개인별 마취제 민감성에 대해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검사는 혈액 체취로 간단하게 진행하며, 개인이 가진 유전자의 프로포폴 민감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디병원 박상훈 대표원장은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해 프로포폴 사전검진을 진행, 환자의 유전자-프로포폴 민감성을 미리 파악한다"며 "의료진은 검사를 통해 사전에 위험성에 대비할 수 있고 환자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