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즈는 21일까지 타율 0.316, 홈런 26개, 101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장타율도 0.582로 1위. 득점(86점·2위)과 출루율(0.404·3위) 역시 상위권이다. 앞으로 홈런 4개만 더 추가하면 3할-30홈런-100타점 동반 달성도 가능하다. 올 시즌을 넘어 '역대급' 외국인 타자 대열에 합류할 기세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키움에게는 샌즈의 활약이 무엇보다 값지다. 그동안 외국인 타자 농사에 계속 실패해왔던 징크스를 끊어버렸기에 더 그렇다.
키움은 그동안 좋은 외국인 투수와 여러 차례 손잡았던 팀이다.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이 대표적이다. 나이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에이스 역할을 한 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가치를 인정 받아 현재 키움 투수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밴 헤켄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6년간 키움에서 뛰면서 한 차례 20승(2014년)을 포함해 통산 83승을 올렸다. 키움은 나이트와 밴 헤켄이라는 원투펀치를 앞세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헨리 소사, 라이언 피어밴드, 제이크 브리검 등이 키움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가운데는 제 몫을 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초창기 외인이던 클리프 브룸바와 더그 클락은 과거의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이후 코리 알드리지, 비니 로티노, 브래드 스나이더, 대니 돈, 마이클 초이스 등이 줄줄이 팀을 거쳤지만 역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떠나갔다.
샌즈는 다르다. 지난해 8월 초이스와 결별하면서 몸값 10만 달러에 대체 외인으로 영입한 샌즈는 25경기에서 타율 0.314, 홈런 12개, 37타점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심지어 올해는 완벽하게 '한국형 외국인 타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는 이점을 확실히 살렸다. 다른 선수들이 무더위로 페이스가 처지는 7~8월에 오히려 페이스를 끌어 올려 팀의 순위 전쟁에 힘을 보탰다. 샌즈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면서 또 다른 중심타자 박병호와 김하성의 성적도 동반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까지 났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올 시즌에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 기대를 뛰어 넘었다"고 흐뭇해했다.
재계약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단돈' 50만 달러에 사인했던 키움 입장에서는 화색이 돌 만하다. 50만 달러는 올 시즌 전 구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몸값이다. 하지만 이제는 존재감이 다르다.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까지 탐낼 만한 선수로 급성장했다. 샌즈는 지난 5개월 동안 그라운드에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