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2. 딱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시장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빅4라 불리며 야심차게 출격한 한국영화 네 편의 성적도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처절하게 울고 말았다. 관객의 선택은 역시 냉정하다.
지난 달 24일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를 시작으로 31일 '사자(김주환 감독)', '엑시트(이상근 감독)', 그리고 7일 '봉오동전투(원신연 감독)'가 줄줄이 관객들을 만났다. '엑시트'와 '봉오동전투'는 살아 남았고, '나랏말싸미'와 '사자'는 참패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5일까지 '나랏말싸미'는 95만3736명을 누적, '사자'는 160만9174명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엑시트'는 818만5890명, '봉오동전투'는 441만6322명의 선택을 받았다.
영화를 둘러싼 분위기는 확연하게 엇갈렸다. 개봉 전과 후 다양한 논란에 휩싸였던 '나랏말싸미'는 이를 버텨내지 못한 채 무너졌지만, 비슷한 이슈로 주목 받았던 '봉오동전투'는 오해를 해소하고 영화의 힘으로 흥행을 이끌었다.
같은 날 개봉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게 된 '사자'와 '엑시트'의 현실은 더욱 적나라하다. 시작부터 쏟아지는 호평 속 흥행 꽃길만 걸었던 '엑시트'와 달리, '사자'는 온갖 혹평을 끌어 안은 채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았다. 운명이자 숙명이다.
모두의 해피엔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올해도 '올해의 여름영화'를 각인시키는데는 성공했다. 2019년 여름영화는 '엑시트'로 기억 될 전망. 재난영화의 새 역사가 된 '엑시트'는 향후 국내 재난영화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180도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빅4 전쟁은 사실상 끝났지만 여름은 아직 살아있다. 틈새를 노리는 번외 경기도 흥미진진하다.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가 남은 여름을 장악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쏠쏠한 수확은 최종 한국영화가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1일 나란히 개봉한 '변신(김홍선 감독)'과 '광대들: 풍문조작단(김주호 감독)'은 올 여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등판한 한국영화들.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시작은 미비하지만 '변신'은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변신'은 마니아층 탄탄한 '공포 장르'로 관객들의 환심을 샀다. 4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엑시트'를 잇는 깜짝 복병으로 활약, 최종 스코어에 관심이 쏠린다.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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