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U 홈페이지 캡처]한국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31)이 바이애슬론 하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안긴 그는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랍신은 지난 23일(한국시각) 벨라루스 라우비치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하계 세계선수권대회 수퍼 스프린트에서 14분07초6을 기록, 클레멘 바우어(슬로베니아·14분22초1)를 14.5초 차로 따돌리고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이어 다음날에 열린 7.5km 스프린트 결선에서도 20분48초를 기록해 알렉산데르 포바르니친(러시아·20분52초1)을 4초1 차로 제치고 2관왕까지 달성했다. 7.5km 스프린트 결선에선 초반 1차례 사격 실수로 인한 열세를 빠른 주행으로 극복해내면서 간발의 차로 정상에 올랐다. 눈 없는 도로 위에서 경기를 치르는 바이애슬론 하계 세계선수권은 선수들이 롤러 스키를 신고 경기를 치른다. 앞서 한국 바이애슬론은 지난 2016년 대회 때 러시아에서 귀화한 안나 프롤리나가 여자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딴 게 세계선수권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태어난 랍신은 2008년부터 8년간 러시아 국가대표를 지낸 실력자다. 그러나 내부 파벌 문제로 마음 고생을 하던 그는 국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귀화 제의를 한 김종민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의 손을 잡고 한국 국가대표에 도전했다. 지난 2017년 2월 체육 분야 우수 인재 특별 귀화 심사를 통과한 그는 2017~2018 시즌부터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러시아에선 꿈꾸지 못했던 겨울올림픽 출전의 꿈을 한국 국가대표를 통해서 이룬 그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스프린트 종목에서 16위에 올라 한국 바이애슬론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까지 냈다.
올림픽 이후 한국 바이애슬론은 연맹 회장이 사비를 터는 등 힘겨운 여건 속에서 대표팀 운영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랍신은 한국을 지켰다. 나이 서른에 올림픽 출전 꿈을 안긴 한국에게 큰 보답을 하고 싶었다. 바이애슬론연맹 관계자는 "랍신은 은퇴 후에도 한국 내 후진 양성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어 한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보쌈, 삼겹살 등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틈틈이 한국 동료들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그는 최근엔 강원도 평창에 아파트까지 마련해 장기 정착을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랍신 개인에게도 이번 금메달은 뜻깊었다. 지난 시즌 고질적이었던 오른 무릎 십자 인대 부상 치료에 전념했던 그는 새 시즌 좋은 컨디션으로 개인으로도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는데 성공했다. 랍신은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딴 뒤 "한국이 내게 준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애국가 나올 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고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두 번째 금메달을 딴 뒤엔 "두 개 금메달은 내가 예상한 걸 넘어선 것이었다. 사격 실수가 있었지만 어떤 부담도 느끼지 않았다"며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한국 겨울스포츠에선 귀화 선수 논란이 이어졌다. 여자 아이스하키 4명, 바이애슬론 2명, 피겨 스케이팅 1명 등 외국에서 귀화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포기하고 다시 자국으로 돌아간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랍신은 귀화 국가대표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이번 하계 세계선수권 2관왕으로 랍신은 겨울에 열릴 2019~2020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웠다. 30대 초반인 랍신은 한국 국가대표로 향후 두 차례 겨울올림픽에 더 도전할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꾸준하게 무릎 관리를 하면서 2년 반 뒤 열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게 그의 큰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