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박계범. 부상 때문에 2군에 내려간 이학주의 공백을 완벽하게 채우면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삼성 제공 삼성 유격수 박계범(23)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8월 한 달 동안 타선 침묵이 극심하다. 17경기 팀 타율이 고작 0.217이다. 팀 장타율(0.309)과 팀 출루율(0.302)을 합한 팀 OPS도 0.611로 낮다. 5위 NC와의 게임 차는 10경기까지 벌어졌다. 분위기가 절망적이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계범도 그중 하나다. 올해 삼성이 발굴한 '뉴 페이스'에 가깝다.
박계범은 26일까지 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5(95타수 29안타)를 기록 중이다. 표본이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유망주 껍질을 깨트리고 있다. 세 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성공시켰고, 출루율도 0.387로 준수하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찾았다. 붙박이 유격수 이학주가 2군에 내려간 지난 9일부터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입단 당시에는 큰 기대를 모았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순번은 동기생 김하성(키움·2차 3라운드 29순위)보다 더 빨랐다. 그해 드래프트 내야 자원 중에선 최대어로 분류됐다. 그러나 입단 후 두터운 내야진을 뚫지 못했다.
결국 2016년 12월 일찌감치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전역 후 팀에 복귀했고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두려운 게 컸다면 지금은 일단 부딪히고 보자는 생각이다. 군대에 있으면서 삼성 야구를 많이 봤는데 함께 했던 선수들이 1군에서 뛰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4월 18일 시즌 첫 1군에 등록됐다.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5월 26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유는 부상이었다. 박계범은 "양쪽 허벅지 근육이 모두 손상됐다. (못해서) 내려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아프다고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근데 실수를 많이 했고, 검사 결과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김한수 감독은 당시 송준석, 공민규 등 젊은 자원에 기회를 많이 줬다. 박계범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10일 대구 KIA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뒤 베이스를 돌고 있는 박계범의 모습. 삼성 제공
8월 8일 1군 재등록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박계범은 "두 달 정도를 쉬고 (2군에서) 경기를 많이 못 뛰고 1군에 올라와서 방망이 쪽에선 감이 떨어져 있었다.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1군에 올라오니까 잘 맞더라. 운이 좋았다"고 몸을 낮췄다.
이미 2군에선 보여줄 게 더 없다. 시즌 2군 타율이 0.392(74타수 29안타)로 4할에 육박한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무엇을 해도 되는 해가 아닌가 싶다. 군대 가기 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젠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2군에서도 처음엔 감이 좋지 않았는데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니까 1군 콜업도 됐다"고 웃었다.
박계범의 야구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했다. 잔여 경기에서 좀 더 안정된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는 "처음에는 잃을 게 없으니까 자신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때는 실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잘되니까 욕심이 생겨 실수도 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는 게 있었다"고 반성했다. 이어 "올해는 첫 번째로 계속 아프지 않고 1군에서 뛰고 싶다. 방망이는 욕심이 없다. 수비 쪽에서 실수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