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김신욱(31·상하이 선화)이 1년2개월 만에 축구대표팀에 돌아왔다. 중국 수퍼리그에서의 맹활약이 A대표팀 재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울루 벤투(50) 축구대표팀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 열릴 조지아와 평가전(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10일)에 나설 대표팀 26명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김신욱이었다. 황의조(27·보르도), 이정협(28·부산)과 함께 대표팀 공격수 부문에 발탁된 김신욱은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본선 이후 1년2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A매치 51경기 10골을 기록중인 김신욱은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 대표팀에서 줄곧 외면받아왔다. 벤투 감독은 타깃형 스트라이커 성향인 김신욱보다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업 축구에 능한 다른 공격수들을 더 중용해왔다.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1에서 9골을 넣어 맹활약했던 상반기에도 김신욱은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5월 대표팀 명단 발표 땐 "단순한 숫자로는 나를 설득할 수 없다"면서 김신욱의 스타일이 자신과 맞지 않단 걸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랬던 김신욱이 다시 벤투 감독의 주목을 받은 건 중국 수퍼리그에서의 활약 덕분이었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 선화로 이적한 김신욱은 수퍼리그 데뷔전 골을 비롯해 리그 6경기와 FA컵 1경기 등 총 7경기에서 8골 4도움의 무서운 공격력을 뽐냈다. 키 1m96cm의 장신에 공중볼은 물론 발로도 능수능란하게 골을 터뜨리는 그를 두고 중국 현지에선 스웨덴 출신 스타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빗대 '아시아의 즐라탄'이라는 별칭을 붙이기까지 했다. 기록뿐 아니라 다양한 득점 패턴에 경쟁력을 과시한 김신욱을 벤투 감독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 한국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에서 132위 투르크메니스탄과 대결한다. 전력상 한 수 아래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수비 전형의 투박한 스타일로 한국을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벤투 감독은 특수성이 있는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 상대를 뚫을 수 있는 무기로 김신욱을 낙점했다. 김신욱은 앞서 2014 브라질월드컵,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다수 출전해 월드컵 예선 경험도 풍부하다.
벤투 감독은 "전부터 김신욱을 예비 명단에 두고 관찰해왔고, 이번이 그를 뽑을 적기라고 판단했다"면서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월드컵 예선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다. 김신욱은 그동안 선발해왔던 다른 공격 자원들과는 다른 유형과 특징을 가진 선수다. 그만큼 김신욱의 특징을 잘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게 앞으로 고민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공격 전력에 투톱을 활용하는 걸 선호하는 벤투 감독은 황의조, 손흥민(27·토트넘) 등과 이른바 '빅·스몰' 조합을 다음달 5일 조지아와 평가전 때 실험할 가능성도 크다.
물론 김신욱도 달라진 대표팀에 적응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김신욱이 소집 기간동안 지금 대표팀의 스타일에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을 지 점검할 것이다. 새 대표팀에 잘 적응하고, 스타일에 잘 맞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막내형' 이강인(18·발렌시아)이 지난 3월 이후 A대표팀에 재승선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으로 당시 A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던 이강인은 최근 소속팀 발렌시아에서의 좁은 입지 속에도 가능성을 보고 대표팀에 재승선했다. 이강인은 3월 A대표팀 발탁 땐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지 않아 이번 9월 A매치 2연전에서 데뷔전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은 기술이 뛰어난 선수다. 소속팀에서는 많은 출전 시간을 받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취임 초에 밝혔듯이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부족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능력이 뛰어나면 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다"며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포지션 외에 다른 포지션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여 이강인 기용을 두고 새로운 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