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열린 제29회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 출정식. 연합뉴스 제공 개막을 앞둔 제29회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18세 이하)은 여느 대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회 장소가 한국이라서다.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 볼파크에서 열린다. 한국은 지난달 17일 이 대회에 출전할 청소년 국가대표 최종 엔트리 20명을 선발했다. 투수 10명, 포수 2명, 내야수 5명, 외야수 3명으로 구성됐다.
투수는 남지민(부산정보고) 이주엽(성남고) 오원석(야탑고) 허윤동(유신고) 김진섭(순천효천고) 이민호(휘문고) 소형준(유신고) 최준용(경남고) 이강준(설악고) 이승현(상원고)이 뽑혔고, 포수는 강현우(유신고)와 현원회(대구고)가 이름을 올렸다. 내야수는 김지찬(라온고) 이주형(경남고) 박민(야탑고) 신준우(대구고) 장재영(덕수고), 외야수는 이정우(경남고) 박주홍(장충고) 박시원(광주일고)으로 각각 구성됐다.
이 가운데 이주엽(성남고→두산) 오원석(야탑고→SK) 이민호(휘문고→LG) 소형준(유신고→KT) 최준용(경남고→롯데) 박주홍(장충고→키움) 등 6명은 이미 2020년 신인 1차 지명을 받아 프로 행선지가 확정된 상태였다. 남은 14명의 선수 가운데 2학년 이승현과 장재영을 제외한 12명은 지난 26일 열린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 팀의 선택을 기다렸다.
고교야구 최고의 선수들로 인정받은 선수들인 만큼 대부분 1라운드와 2라운드 안에 이름이 불렸다. 1라운드에선 포수 강현우가 2순위(KT) 투수 허윤동이 5순위(삼성) 내야수 박민이 6순위(KIA) 투수 남지민이 8순위(한화)로 각각 지명됐다. 이어진 2라운드에선 외야수 박시원이 1순위(NC)로 불린 데 이어 내야수 이주형(LG) 김지찬(삼성) 신준우(키움)이 차례로 지명됐다.
26일 열린 2020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과 정운찬 KBO총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남은 네 명 가운데 두 명도 곧 소속팀을 찾았다. 투수 이강준이 3라운드에서 KT의 선택을 받았고, 포수 현원회는 4라운드에서 SK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지만 외야수 이정우는 그 후 네 바퀴가 더 돌고 9라운드 지명이 시작된 뒤에야 LG 테이블에서 이름이 불렸다.
가장 아쉬운 선수는 투수 김진섭이다. 10라운드가 모두 끝날 때까지 어느 구단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대구 경운중을 졸업하고 제주고에 진학했던 그는 지난해 효천고로 전학한 뒤 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제구가 좋은 사이드암 투수로 땅볼 유도 능력이 좋고 경기 운영을 잘해 고교야구대회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구속이 시속 130km대 중반에 머무는 점이 아쉬움으로 꼽혔다.
1차 지명 선수들을 제외한 대표팀 멤버들은 이날 드래프트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다. 대회 개막이 임박해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대신 훈련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드래프트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해 들었다. 한 팀 안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드러났듯,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이 반드시 프로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KBO 리그 대표 타자 가운데 한 명인 김현수(LG) 역시 청소년대표팀 시절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있던 동료들이 줄줄이 프로 지명을 받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던 아픔을 겪었다. 당시 김현수의 이름도 끝까지 불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심기일전해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KBO 리그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거듭났다. 현재의 환희와 좌절보다 중요한 것은 2020년 이후 어느 자리에 서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