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롯데리아가 출시했던 햄버거 중 '레전드 버거'를 뽑는다면서 투표를 했는데 고객 수 십만 명이 몰려들면서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일부 '유권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햄버거를 1위로 올리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든 것)까지 동원해 부정투표 해프닝을 일으켰다. 롯데리아는 고객의 열정적 투표에 대한 보답의 뜻으로 경쟁 메뉴인 컵라면을 선물해 또 한 번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레전드 버거' 투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던 햄버거들
40년 롯데리아의 저력…프로듀스101? 버거듀스101!
롯데리아는 지난달 29일부터 열흘 간 단종된 버거 10개 중 레전드 버거를 뽑는 40돌 기념 투표를 진행했다. 결승전까지 거친 치열한 승부 끝에 최종 선발된 햄버거는 '오징어 버거'였다. 롯데리아는 45%에 달하는 지지를 받은 오징어 버거를 9월 중순에 재출시할 예정이다.
최종 선발까지 웃고 우는 해프닝이 많았다.
레전드 버거 투표 행사에는 총 투표 인원 68만4388명이 참가해 189만2593표를 행사했다.
주최측도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반응이었다. 레전드 버거 투표 행사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단에 오르내릴 정도로 화제가 되자 '버거듀스101'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했다. 서바이벌로 연예계 데뷔생을 선발하는 TV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에서 본딴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1위로 만들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투표를 조작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본사가 직접 나서서 하루에 1인 10회 이상의 비정상적인 투표는 일괄 무효 처리하고, 반드시 본인 명의의 휴대폰 번호로 투표에 참여해 달라며 호소할 정도였다. 그러나 본사의 상시 모니터링에도 불구하고 레전드 버거 투표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한 인기 유튜버가 '레전드버거' 투표 결과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장면.
유튜브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레전드 버거 투표 결과를 둘러싼 음모론이 등장했다. 인기 유튜버인 '승우아빠'는 '1등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인기 투표가 있다'는 온라인 실시간 방송으로 "실제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오징어 버거만 뽑았을 리 없다. 안 보이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투표 결과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의 이번 투표기간 내내 이런 방송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롯데리아는 애써 표정관리 중이다.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득표율 올리기에 나선 이들도 하나같이 롯데리아의 열혈 팬이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뽑는데 부정투표까지 벌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우리 고객들이 롯데리아를 사랑하는 마음에 벌어진 해프닝이라서 저희도 참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라며 "부적절한 투표를 거르기 위해 비정상적인 접근을 차단하는데 만전을 기했다. 이번에 뽑힌 레전드 버거는 엄격하게 공정성을 지켰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투표 행사 성원에 대한 보답으로 27일부터 닷새간 홈서비스 주문 시 컵라면 무료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다.
열정 만점 고객, 센스 만점 롯데리아
롯데리아는 레전드 버거 투표 흥행에 감사하는 차원에서 고객에들에게 선물을 마련했다. 그런데 보답 선물도 ‘센스 만점’이라는 평가다.
롯데리아는 27일부터 닷새 간 홈 서비스 주문 시 컵라면 한 개를 무료로 주는 감사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컵라면은 빨리 조리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햄버거 메뉴의 라이벌 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다소 느끼한 서양음식을 먹을 때 얼큰한 컵라면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기도 하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햄버거 먹을 때 당기는 메뉴가 라면이기도 하다. 경쟁 메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객들께 선물로 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리아의 센스 넘치는 행사에 고객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롯데리아를 향해 '무모한 메뉴를 많이 만든다', '수제버거에 밀려 맛 없다'며 타박하던 젊은층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유튜브에서 롯데리아를 검색하면 '갓데리아 먹방', '검색어 장악한 롯데리아 신메뉴 지파이를 먹어봤다', '요즘 핫한 롯데리아 지파이를 혹독하게 평가해 봤다' 등의 영상이 수없이 올라와 있다.
대학원생인 이사무엘(27)씨는 "롯데리아는 젊은층에서 '메뉴부자'로 통한다. 때로는 엽기적이지만 그래서 맛있는 메뉴가 끝없이 출시된다"며 "어차피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는 각 브랜드 별 맛의 차별성이 아주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롯데리아를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서서히 일고 있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 변화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정성훈 롯데GRS 책임은 "이번 컵라면 증정 행사를 시작으로 브랜드 40주년 관련 이벤트가 많이 준비돼 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린다"라고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