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대표 거포 박병호(33·키움)가 주특기인 몰아치기를 시작했다. 지난 27일 청주 한화전에서 3연타석 2점 홈런을 포함해 4타수 연속 아치를 그리는 기염을 토했다. 아무리 홈런이 많이 나오는 청주구장이라 해도 한 경기에 홈런 네 개를 때려내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병호는 1회 우월 2점포, 3회 좌월 2점포, 5회 중월 2점포를 연이어 쏘아 올리면서 그림같은 부챗살 홈런쇼를 펼쳤다. 9회 친 마지막 좌월 솔로홈런은 아예 펜스가 아닌 야구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4타수 4안타 1볼넷 7타점 5득점. 괴력이 뒷받침된 경이적인 기록이다.
지금까지 KBO 리그 역사에서 한 경기에 홈런 4개를 친 선수는 다섯 명뿐이다. 2000년 현대 박경완, 2017년 SK 최정과 한화 윌린 로사리오, 2018년 SK 한동민 그리고 박병호다. 박병호는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두 차례(2014년과 올해) 이 기록을 썼다. 2014년 9월 4일 목동 NC전에서도 역시 3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홈런 4개를 몰아쳤다. 이승엽이 퇴장한 KBO 리그에서 확실한 홈런의 대명사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홈런왕 레이스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박병호는 이 부문 1위였던 팀 동료 제리 샌즈(26개)를 단 한 경기 만에 2개 차로 앞질렀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홈런왕 집안경쟁을 벌이던 SK의 거포 듀오 최정(24개)과 제이미 로맥(23개) 역시 멀찌감치 밀어냈다. 올 시즌 기량에 물이 오른 샌즈 역시 8월 들어 홈런 5개를 터트리며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10경기에서만 홈런 6개를 터트린 박병호에게 결국 추월을 허용해야 했다.
이뿐만 아니다. 박병호는 올 시즌 중반 손목 부상에 시달린 탓에 팀이 치른 124경기 가운데 102경기에만 나섰다. 경쟁자인 샌즈(120경기) 최정(119경기) 로맥(116경기)보다 출전 경기 수가 적게는 14게임, 많게는 18게임까지 적다. 하지만 경기당 0.27개의 홈런을 치는 페이스로 샌즈(0.22개)와의 경쟁에서 결국 우위를 점했다. 이미 지난 시즌에도 부상으로 인한 장기 공백을 이겨내고 홈런 43개를 쳐 마지막까지 홈런왕 경쟁에 참전했던 박병호다. 아쉽게도 단 하나가 모자라 홈런 1위를 김재환(두산·44개)에게 넘겼다. 올해는 공인구 반발계수 하향 조정으로 대부분의 거포가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여전한 '홈런 본능'을 뽐내고 있다.
적수 없는 파워를 자랑하는 박병호는 이제 '국민 타자' 이승엽의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6년 연속 30홈런 고지가 눈앞이라서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진출 전까지 7년 연속(1997~2003년) 홈런 30개 이상을 쳤다. 박병호는 현재 그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현역 유일한 선수다. 또 박병호는 이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터라 올해까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면 이승엽(1997·1999·2001~2003년)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다 홈런왕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