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는 지난 26일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섯 명의 지명자를 배출했다. 총 11명의 졸업 예정자가 도전장을 내밀었고 절반 가까이 프로행을 확정했다.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수석 겸 타격코치로 합류 중인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지명이 되지 않은 선수도 있지만 지나친 욕심이지 않을까. 다 내 선수들이라 아쉬움도 분명 있지만 다섯 명이나 지명을 받았기 때문에 만족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은 딱 2명만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비례했다. 대구고는 지난해 전국대회 최강자였다. 제52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와 제4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선 준우승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 줬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선 웃지 못했다. 내야수 김범준(5라운드 전체 47번·NC)과 외야수 박영완(5라운드 전체 48번·롯데)의 이름만 불렸다. 투수는 없었다.
연고 지역팀인 삼성의 외면도 뼈아팠다. 일반적으로 신인 드래프트 하위 지명의 경우 마땅한 선수가 없으면 되도록 연고 지역 학교 선수 영입을 고려한다. 올해 KT와 SK는 10라운드 마지막 픽으로 연고 지역고인 장안고와 인천고 선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은 달랐다. 대구고 선수를 단 한 명도 지명하지 않았다. 대신 1차 지명 원태인을 비롯해 지역 라이벌 경북고 선수를 3명이나 뽑았다. 묘한 대비였다. 전국대회에서 거둔 성과에 비해 드래프트에선 큰 수확을 하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손경호 감독의 아쉬움도 클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대구고는 재도약했다. 지난 7월에 열린 제5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충암고를 9-2로 격파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2015년 9월 모교인 대구고 사령탑에 오른 손경호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구슬땀이 결실을 보았다.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섯 명의 선수가 프로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간판타자 신준우를 비롯해 '투수 삼인방' 이승민, 여도건, 한연욱도 모두 지명에 성공했다. 1년 전의 아픔은 또 없었다.
손경호 감독은 "말할 수 없이 기분은 좋다"며 "선수들이 지명을 받은 뒤 바로 전화를 하더라. 목이 멨다. '감독님 감사하다'고 하는데 울컥했다. 고생해서 다들 좋은 결과를 얻은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