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욱일기 논란이다. 이번엔 네덜란드, 그것도 한국 팬들에게 박지성·이영표의 '친정팀'으로 유명한 PSV 아인트호벤이다.
아인트호벤은 28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도안 리츠(21·일본)의 영입 소식을 알렸다. 일본 국가대표로도 뛰고 있는 유망주 도안은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뛰다 아인트호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아인트호벤은 팀 유니폼 무늬가 그려진 사무라이 복장을 입고 칼을 휘두르는 도안의 캐리커쳐와 함께 "도안 리츠가 아인트호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곧 메디컬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영입 절차는 며칠 내로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인트호벤이 도안의 이적 소식을 알리면서 함께 올린 캐리커쳐의 배경이 욱일기 무늬였다는 점이다. 욱일기는 구 일본 군기이자 현 일본 해상 자위대 군기로 사용되는 깃발로,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한국 등 피해국가에서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철십자기·나치기)'와 마찬가가지로 '전범기'라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선 욱일기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고,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도 하켄크로이츠와 비교했을 때 욱일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아인트호벤의 이번 욱일기 논란 역시 이러한 인식 부족에서 불거진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인트호벤은 도안의 캐리커쳐를 본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급히 배경화면을 욱일기가 아닌 것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욱일기 사용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73)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자 허정무를 비롯해 박지성, 이영표가 뛰었던 팀으로 한국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친한파' 구단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아인트호벤의 이번 욱일기 논란은 한국팬들에게 한층 큰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캐리커쳐의 배경을 수정한 뒤에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욱일기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세계적으로 욱일기에 대한 인식은 크게 부족한 편이다. 특히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인 축구에서는 욱일기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욱일기 논란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나 챔피언스리그(ACL) 그리고 동아시안컵 등에서 일본 응원단이 사용해 꾸준히 논란이 됐다.
아시아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유럽에서도 빈번히 욱일기가 사용돼 논란이 불거진다. 지난해 5월 열린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스널의 경기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이 전범기를 응원도구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또 지난 7월에는 스페인 매체 마르카가 바르셀로나의 일본 투어 소식을 알리며 그래픽 사진 배경을 전범기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공식 SNS 계정에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페르난도 토레스의 소식을 전하며 욱일기를 배경으로 사용했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러시아 월드컵 당시 공식 SNS에 욱일기 응원사진을 올렸다가 계속된 항의 끝에 9시간 만에 사진을 교체한 적도 있다. 잉글랜드 리버풀 소속 나비 케이타(24)는 자신의 왼팔에 욱일기 모양 문신을 새겼다가 팬들의 항의를 받고 새로운 문양으로 교체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