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대표팀에서 '신성'으로 불리는 한광성(21)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에서 뛴다. 지난 시즌 한 차례 이적을 시도했다 실패했던 유벤투스에서 험난한 도전을 앞뒀다.
이탈리아 매체 지안루카 디 마르치오는 지난 31일 "유벤투스가 한광성의 소속팀인 칼리아리와 영입 형상을 마무리했다"면서 관련 사실을 전했다. 유벤투스는 한광성을 영입하기 위해 칼리아리에 이적료 500만 유로(약 66억7000만원)를 지불했다. 이미 수 차례 한광성의 영입 의향을 밝혀왔던 유벤투스는 1년 반 만에 실제 영입까지 하게 됐다.
유벤투스에서 한광성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던 건 지난해 초였다. 한광성은 지난 2017년 3월, 18세의 나이에 세리에A 칼리아리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2014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결승에서 한국을 2-1로 꺾고 북한이 우승했을 때 처음 주목받았다. 당시 이 대회에서 4골을 터뜨렸던 한광성은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도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2016년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1998년생 최고 유망주 50명에 이승우(신트트라위던)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와 닮은 꼴 공격수라는 의미로 '북한의 호날두'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한광성의 이탈리아 진출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북한 선수가 유럽 빅리그로 꼽히는 이탈리아 무대에 진출한 것 자체가 흥미를 끌었다.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세리에A에 입성한 한광성은 경험을 쌓기 위해 같은 해 8월에 세리에B(2부) 페루자로 임대됐다. 이때 빠른 발과 득점력을 함께 갖춘 한광성을 유벤투스가 눈여겨봤다.
지난해 1월과 8월엔 실제 유벤투스가 한광성 영입을 시도했다. 지난해 1월엔 원소속팀 칼리아리가 한광성의 이적료로 1500만 유로(당시 196억원 가치)를 책정했단 이탈리아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한광성이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 2018~19 시즌 페루자에 재임대됐을 때도 유벤투스는 재차 영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번번이 무산됐다. 한광성의 대리인은 지난해 10월 풋볼 이탈리아와 인터뷰에서 "서로 간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러 선수가 포함된 복잡한 협상이었는데 양 측의 요구가 달라 끝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한광성을 향한 연이은 영입 실패가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 축구 선수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개인이 아닌 국가가 가져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걸 차단하는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유로 무산됐단 말이 나왔다. 지난 5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선수 이적에 관여했던 관계자 말을 인용해 "유럽 구단은 북한 선수와의 협상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한다.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면 구단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광성은 이같은 주장과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외 영입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한광성도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말 왼 무릎 통증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페루자에서 간판급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통산 39경기에서 11골을 넣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유벤투스 외에 잉글랜드 토트넘도 지난해 영입 의향을 밝혀 손흥민(27)과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밖에도 리버풀, 아스널, 에버턴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도 관심을 갖고 있단 영국 언론 반응이 계속 이어졌다. 그런 틈 속에서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던 유벤투스가 한광성 영입전의 승자가 됐다.
물론 한광성이 유벤투스에서 당장 주전급 선수로 뛸 가능성은 적다. 아직 세리에A에선 좀 더 경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광성은 23세 이하 팀과 1군 선수단을 오가면서 주전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만약 1군에 자리를 꿰찬다면 자신의 별명 '북한의 호날두'처럼 호날두와 실제 함께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