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달 30일 간판 타자 이대호(37)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가 9월 이전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건 2003년 이후 16년 만이다.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04년 이후에는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관리 차원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배려를 받은 사례밖에 없다.
공필성 감독 대행은 선수의 손목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그가 최근에 타격감이 좋았기 때문에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본격적인 리빌딩, 프런트의 역량 과시 등 그 배경에 추측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롯데 야구단 대표이사가 언급됐다. 지난 7월, 양상문 전 감독과 이윤원 전 단장이 동반 사퇴를 했을 때부터 김 대표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공 대행이 이대호를 2군으로 내리는 결단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기에 이번 조치도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설(說)이다. 지난해 1월 말에 취임한 뒤 힌동안 구단 파악에 매진하던 김 대표가 현재는 구단 현안에 주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건 맞다. 그러나 현장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 시키려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런트 수장인 단장이 공석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단장은 구단 운영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다. 현장이 파급이 있는 선택을 하려고 할 때 상의하고 조율하는 역할도 단장이 한다. 이런 자리가 공석이다 보니 선수의 2군행에 대표이사까지 거론된 것이다.
무려 45일. 시즌 중에 이토록 오랫동안 단장을 공석으로 둔 팀은 드물다. NC도 지난해 6월, 김경문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유영준 단장이 현장 수장을 맡으면서 생긴 공석을 김종문 현 단장의 대행 체제로 막았다. 이후 트레이드까지 진행했다. 어떡하든 공백 여파를 줄이려고 했다.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체질 변화를 추구하려 한다. 단장 선임에 신중하다. 그탓에 소문이 무성하다. 단장 이력이 있는 인사가 이미 김종인 대표와 면접까지 봤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롯데에서도 지도자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후보로 거론된 시점에서 난색을 표했다고. 1·2군에서 육성과 행정 경험까지 있는 한국 야구 대표 지도자도 사실상 영입이 무산됐다.
파격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구단은 이윤원 전 단장이 사퇴한 시점에서 "원 팀(One Team)을 완성하고 데이터 기반의 선수단 운영 역량을 갖춘 단장을 선임하겠다"고 했다.
원 팀은 김종인 대표 이사가 취임식에 강조한 내용. 데이터라는 단어가 주목된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선임 기준으로 보고 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한 야구인은 "선진 야구를 접목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달 25일에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 육성 총괄 코디네이터를 영입한 행보도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다.
설은 무성하지만 결정된 게 없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신중한 접근을 하는 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적당한 선이 있다. 결정권을 갖고 있는 김 대표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이라면 각종 의심을 사는 것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은 차기 시즌 준비가 빠르다. 데드라인에 온 롯데의 단장 선임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