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태프 2명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강지환(조태규·42)이 "반성은 하지만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지환은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창훈)에서 진행된 첫 번째 공판에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에서의 이같은 발언이 자백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강지환 측이 일관되게 "술에 취해 기억나지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구체적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용서는 구했으나 자백은 아니다
강지환은 지난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자신의 스태프 2명과 술을 마신 후 1명을 성폭행하고 1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긴급체포 당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하다, 구속 영장 발부 후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혐의를 모두 인정한 듯 보이나, 첫 번째 공판에서 강지환의 변호인은 "(조사 결과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체적으로 검찰의 증거 기록들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강지환의 양형이 달라지기에 이같은 주장을 펼친 것. 이에 대해 변호인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강지환이 당시 사건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며 "기소된 후 검찰의 증거 기록을 살펴보았다. 피고인의 모습 자체가 낯설 정도로 기억이 끊겨 있다. 당황스러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강지환에게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 "자백하는 것이 맞느냐"고 거듭 물었다. "반성하고 있다"는 강지환의 대답이 공소 사실 자체에 대해 자백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CCTV와 증인
두번째 공판에서는 새로운 증거들이 나올 전망이다. 강지환 측은 사건 현장의 CCTV 영상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사건 당시 강지환의 집 거실 등에 설치된 CCTV의 영상으로, 피해자들의 사적인 모습이 담겨있기에 검찰이 앞서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이 영상이 공개될 경우, 사건이 일어나기 전 술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등이 향후 이번 법정 공방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지환 측은 증인 2명의 심문을 신청했다.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들은 사건 현장에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과 피고인의 특이한 이력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에 맞서 피해자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어떤 고통 속에 살고 있는지를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스트레스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향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진단서를 발급받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합의는 아직
성범죄 사건이기에 합의가 중요할 터. 강지환 측은 앞서 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또한 이날 강지환의 변호인은 "피해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배상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합의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여전히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 전날 합의 제시가 있었다. 당시 강지환이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합의를 할 수 없었다"며 "현재 입장도 자백처럼 보이나 자백은 아니다. 합의를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