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용관 이사장 "지난해 정상화를 내세웠는데, 전국의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안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올해는 연초부터 대대적인 인사 개편, 프로그래밍 재개편을 통해서 재도약의 시기로 삼고자 한다. 글로벌한 영화제로서 재도약하며 또 다른 경계에 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몇해간 고초를 겪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정상화를 꿈꾸며 다시 일어섰다.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고, 이제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재도약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85개국 303편의 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굴한 뉴커런츠 출신 감독들이 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맡는다. 개막작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두나무'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카자흐스탄 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의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다. 2016년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뉴 커런츠 부문에서 넷팩상을 받았던 임대형 감독의 신작 '윤희에게'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소개된다. 웨인 왕 감독이 재미교포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를 토대로 한 영화 '커밍 홈 어게인'을 들고 부산을 방문한다. 할리우드의 인기 감독 데이빗 미코드의 '더 킹: 헨리 5세'와 프랑스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의 신작 '글로리아 먼디'도 갈라 프리젠테이션 섹션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특히 넷플릭스 영화인 '더 킹: 헨리 5세'가 갈라 프리젠테이션 섹션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넷플릭스를 배척하는 입장은 아니다. 영화가 좋으면 얼마든지 상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킹: 헨리 5세'를 초청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를 기점으로 여러 대기업들이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에 다 뛰어들고 있다. 극장 매출액보다 스트리밍 매출액이 많아졌다. 궁극적으로는 멀티플렉스 문화를 바꿔버릴 것이라 생각한다. 보수적인 태도는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베니스영화제의 경우처럼 비디오스트리밍 플랫폼, 예술 영화를 제작 배급하는 스트리밍 플랫폼과 협업 관계를 맺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멀티플렉스에서 배급될 수 없는 아시아 영화들을 보여주고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구분을 넘어 동시대 거장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이 신설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티아스와 막심', 켄 로치 감독의 '쏘리 위 미스드 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지구의 끝까지', 라브 디아즈 감독의 '중지' 등이 상영딜 예정이다.
아시아 여성감독 3인전도 진행된다. '응시하기와 기억하기-아시아 여성감독 3인전'을 통해 인도의 디파 메타, 말레이시아의 야스민 아흐마드, 베트남 트린 민하까지 여성감독 3인의 영화를 조명한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행사도 여린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중요한 작품 10편이 상영된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이만희 감독의 '휴일',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선정됐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는 총 16편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10편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 이성강 감독의 '프린세스 아야', 박정범 감독의 '이 세상에 없는', 신수원 감독의 '젊은이의 양지', 전계수 감독의 '버티고', 고봉수-고민수 감독의 '우리 마을', 이동은 감독의 '니나 내나' 등 신작들이 관객의 환영을 받을 전망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이미 상영한 작품이 주류를 이뤘지만, 올해부터는 16편의 상영작 중 10편이 세계 최초로 상영된다. 이런 경향을 지속해서 1년에 기백편의 장편 영화를 생산해내는 한국영화 산업의 위상에 걸맞은, 그런 영화 가운데 10%의 영화를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하고자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수술하기 어려운 몸이었는데, 수술을 감행한 격이다. 갈등이 많았고, 현재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 갈등은 충분히 붙일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확신한 이 이사장은 "오히려 조금은 갈등을 넘어서는 시기가 빨리 오는 것 같아 기쁘다. 올해 영화제가 끝나면 대부분 치유될 것이다. 내년을 준비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