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단장 선임을 향한 관심이 증폭된 이유는 40일 넘게 공석을 메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외인 선수 2명을 교체하며 시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임 단장과 감독의 사퇴도 같은 맥락이다. 한 시즌 구단에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신인 드래프트도 앞두고 있었다. 대행이라도 둬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사이 프런트는 아마추어 같은 일처리를 했다. 한국 야구 부흥을 기념하는 '야구의 날' 팬 사인회에 간판 선수 이대호(37)을 행사에 내세우지 못했다. 팀 성적, 개인 성적 모두 좋지 않은 탓에 선수가 느낄 부담은 컸다. 그러나 대승적인 차원에서라도 나서야 했다. 구단은 설득하지 못했다. 선수에게 끌려다닌다는 기존 의혹이 다시 한 번 깊어졌다.
이대호를 향한 극단적 조치를 했을 때는 명분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그를 2군으로 보냈다. 이대호가 몸값·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고, 팬 서비스 논란도 있지만 그를 아예 1군에서 제외할 정도로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구단 최고위 인사가 움직였다는 소문이 나왔다.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고 있는 이유는 현장과 프런트를 조율하는 대표가 없었기 때문에 초래됐다.
해외 스타우트 출신 30대 단장을 선임하며 고심한 흔적을 보여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요란했다. 인사로 분위기 전환을 시키려고 다분히 노력한 모양새다. 신임 단장의 이력은 새로운 자극을 줄만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야구인을 단장으로 내세운 기존 몇몇 구단의 선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프런트였다지만 발굴 영역에만 두드러졌을 뿐이다.
구단은 육성형 단장을 선임하고 벌써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신임 단장이 중심이 되어 3년 안에 우승권에 진입할 수 있는 팀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은 파격이 아닌 모험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선임이다. 심지어 김종인 대표 이사의 '프런트 야구' 실현을 위한 눈가리개라면 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쇄신은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롯데 선수단은 현재 야구를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근성과 투지마저 실종됐다. 구단 외부 야구인뿐 아니라 리그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팀 선수와 지도자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의미의 평가로 입을 모은다. 내부적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구단은 혁신 외치며 리빌딩과 시스템 개혁을 노린다. 그러나 지금부터 좋은 신인을 지명하고 육성한다고 3년 안에 우승권으로 갈 순 없다. 결국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관리자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 아닌 현재 선수단 내부에 가장 큰 갈등 요인을 알아차리고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성 신임 단장이 '해외파'이기 때문에 외인 감독 영입설도 있다. 실현 가능한 선택지가 넓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율 야구를 표방하는 감독이든 강력한 카리스마로 관리 야구를 실현하는 감독이든 현재 롯데 선수단의 근본적 문제를 똑바로 볼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 롯데의 쇄신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