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LA에 공연 온 보아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던 그 순간부터 그의 도전은 시작됐다. 2017년엔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미국에서 홀로서기 중이다. 현지 학교에 다니면서 연기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는 등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단다. 데뷔 1년차 티파니 영으로서 노래와 연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중이다. 따뜻한 울타리같았던 소녀시대를 떠나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큰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요즘 티파니 영은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과거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감정을 담은 음악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아버지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티파니 영은 "옛날이었다면 모두 숨기고 힘내겠다고 웃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함께라서 이길 수있다는 마음이에요"라며 "외적인 성공도 좋지만 마음에 안정을 찾는 것도 굉장한 성공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좋은 결과도 뒤따랐다. 올 2월 낸 첫 미니앨범 'Lips On Lips'(립스 온 립스)는 국내 플래티넘 세일즈를 기록했고, 미국 빌보드 히트시커스 앨범 차트 9위라는 자체 최고 기록도 썼다. 올해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즈'에선 베스트 솔로 브레이크아웃 부문 수상의 영광도 누렸다. 지난 달에 3년 만에 한국 단독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행복한 시간도 보냈다. 지난 1년 사이 미니앨범도 내고 뮤직비디오는 6편이나 찍었다. 티파니 영의 욕심과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부지런함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와인잔을 부딪히며 외친 건배사는 무대 뒤 티파니 영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Practice makes perfect!(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뭐든 연습하고 노력하면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야 후회도 없을테니까요."
-K팝의 현지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나요. "소녀시대로서 유튜브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만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요. 지금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많은 후배들이 활약하고 있죠. 10년 이상 몸담은 K팝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미국가서도 뮤직비디오는 꼭 K팝 감독님들과 작업해요. K팝에 너무 멋진 감독님들이 많아서 고집을 부렸죠. K팝하면 뮤직비디오와 같은 비주얼을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K팝이라는 틀에 국한되는 것이 싫을 수도 있을 텐데요. "한국은 음악적 고향이고 K팝은 저의 정체성이기도 해요. 그 안에 갇힌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어요. 오히려 그 일부라고 보여지길 바라죠. 미국에선 사람마다의 개성, 정체성이 굉장히 중요해요. 특히 연예인으로서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꽉 잡고 활동해야 하죠. 그런 시장에서 K팝에서의 12년 활동은 굉장한 장점이자 무기예요."
-양국 활동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제작 템포도 다르고 제작에 있어 포인트도 달라요. K팝은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고, 연간 계획에 맞춰 시즌이 되어서 나오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미국에선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긴 어려워요. 내가 가진 본연의 것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할까요. 이제 데뷔 1년된 신인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1년 활동을 돌아본다면 만족하나요. "1년 사이에 정말 많은 걸 했다는 것을 지금 인터뷰 하면서 알게 됐어요. 하하. 1년 동안 뮤직비디오 6개를 찍는 축복받은 신인이에요. 노래 나올 때마다 꿈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껴요. 곡 작업을 하면서 계속 음악과 사랑에 빠지고 있죠. 성공의 기준은 여러가지잖아요. 앨범을 많이 팔고 월드투어가 매진되고 이런 것들도 분명 성공의 척도가 되고 기분이 좋지만, 내 마음 속의 멋진 순간들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음에 안정을 찾고 음악을 계속해서 만들고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한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참 선물처럼 느껴져요."
-다시 시작하는 것이 힘들진 않나요.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싶었는데 다시 미국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중이에요. 힘들기보다 특별한 일이죠. 팬 분들 만날 때마다 새로운 노래를 더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무대에서 받는 에너지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
-'립스 온 립스'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을 땐 어땠나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2월에 발매하고 3월에 받은 거라 더 놀랐어요. 팬들은 정말 존재 자체로 놀라워요. 대단해요. 그런 분들이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고요."
-월드투어 '마그네틱 투어'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티파니영의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미국 와서 인터뷰를 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예요. 그 질문의 답을 공연으로서, 나다운 노래로서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예요. 공연 전체 프로듀서로도 참여했는데 정말 보람있는 작업이었어요. 아이디어가 실제 공연 장치가 되어 나오는 과정들을 보면서 매력을 느꼈죠. 이런 경험을 누리는 전 행운아예요. 스태프들과 1년간 호흡을 했는데 각각의 아티스트로서 배울 점도 정말 많아서 투어가 즐거워요."
-오디션도 계속 보나요. "음악만으로는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음악은 3분 안에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 매력적인 장르라면 연기는 긴 호흡으로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분야죠. 좋은 작품의 오디션이 있다면 두드려보려고 해요."
-미국 오디션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살벌해요. 정말 압박 그 자체예요. '하세요, 연락드릴게요' 이말이 전부 였어요. 갈 때는 우버타고 가고 올 때는 우울하게 걸어오는 날이 수두룩했어요. 집에서 오디션장까지 늘 지나가는 거리가 있거든요. 영화 '라라랜드'의 여주인공이 오디션을 매일 보고 좌절하는 그 모습에 정말 공감했어요."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나요. "너무 떨고 있으니까 언니가 '너는 그래가지고 어떻게 큰 공연장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그랬느냐'고 묻더라고요. 그건 연습이 되어 있으니까 하는 건데, 오디션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잖아요. 무대 오를 때처럼 그런 마음으로 자신감 있게 보여주고 오라고 언니가 응원해줬어요. 스스로도 믿어요. 연습은 배신하지 않고, 그 성실함은 언젠가 알아봐줄 거라고요."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아무래도 노래를 하다보니 음악과 연기가 함께 있는 작품이면 좋죠. 음악은 밝고 행복한 분위기를 선호하는데 영화는 조금 메시지가 심오하고 주제가 무거운 것을 즐겨요. 저도 그런 사회적 메시지를 대변할 수 있는 당당한 역할이면 좋겠어요. 그런 역할이 어울릴 수 있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어 좋아요. 미국에 있으면서 문득 '엄정화 선배님은 정말 전설이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업물이나 커리어가 정말 대박이죠. 타지에서 보니까 더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LA에서 문자까지 보냈다니까요. '선배님은 시대의 아이콘이고 정말 존경합니다'라고 문자했더니 '파니야, 감동이고 고맙다'고 답장이 왔어요. 한국 콘서트도 보러 와주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