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는 혼전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스트라스버그, 류현진, 디그롬, 소로카, 슈어저의 모습. 절대 강자가 없다.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좀처럼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다. 저스틴 벌렌더(휴스턴)가 멀찌감치 앞서가는 아메리칸리그와 달리 누구 하나 치고 나가는 선수가 없다.
안갯속 국면을 만든 선수는 류현진(LA 다저스)이다. 류현진은 8월 12일(한국시간)까지 12승 2패 평균자책점 1.45로 순항을 이어갔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사이영상 레이스를 중간점검하며 류현진을 선두주자로 꼽았다. 그러나 최근 4경기 꽤 많은 포인트를 잃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9.95(19이닝 21자책점). 최대 강점이던 시즌 평균자책점이 2.45까지 치솟았다.
휴식을 이유로 볼티모어 3연전 원정 등판(11~13일)을 한 차례 건너뛰면서 이닝 소화에서도 손해를 보게 됐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전반기가 끝났을 때만 해도 (류현진의) 수상 가능성을 70~80%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절반도 아슬아슬하다. 평균자책점이 올라가고 볼넷 허용이 늘어나면서 유리한 고지를 많이 뺏겼다"고 판도를 분석했다.
아직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탈락한 건 아니다. 류현진과 경쟁 중인 선수들은 각각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씩 있다. 우선 탈삼진 1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는 맥스 프리드(애틀랜타)와 함께 다승 공동 1위에도 올라 있다. 이닝까지 1위. 유력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3.50으로 높다. 내셔널리그 15위. 8월 이후 평균자책점도 4.26으로 낮지 않다. 최근 40년 동안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선수는 1982년 스티브 칼튼(당시 필라델피아·3.10)과 2006년 브랜든 웹(당시 애리조나·3.10)밖에 없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2위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는 이닝 소화가 부족하다. 52⅔이닝으로 내셔널리그 26위다. 특히 9이닝당 삼진이 7.02개에 불과하다. 규정 이닝을 소화한 메이저리그 68명의 투수 중 58위까지 처져있다. 승리도 류현진보다 1승이 적은 11승이다.
사이영상 2연패에 도전하고 있는 디그롬 2연패에 도전장을 내민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도 승리가 절실하다. 28번의 선발 등판으로 류현진보다 두 번 더 경기를 소화했지만 8승에 불과하다. 스트라스버그에 이어 내셔널리그 탈삼진 2위에 올라있으나 지독한 불운이 계속 겹쳤다. 지난 4일 워싱턴전에서 7이닝 8피안타 4실점 하며 9승 달성을 눈앞에 뒀지만 9회 불펜이 7실점 해 허무하게 경기가 뒤집혔다. 역대 양대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중 승리가 가장 적었던 기록(불펜 제외)은 지난해 디그롬의 10승이었다.
맥스 슈어저(워싱턴)도 디그롬과 상황이 비슷하다. 두 번에 걸쳐 부상자명단(IL)에 오르면서 재활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경쟁자 중 가장 적은 23번의 선발 등판밖에 하지 못했다. 8년 연속 200탈삼진에 성공할 정도로 불같은 구위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직 150이닝(148⅔이닝)을 넘기지 못한 상황이다. 부족한 승리와 이닝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류현진의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는 '잠룡'에 가깝다. 승리와 이닝, 탈삼진에서 모두 상위권에 랭크됐다. 그러나 지난 1일 애리조나전(5이닝 5실점)과 7일 샌프란시스코전(4이닝 3실점)에서 모두 흔들려 앞서 나가는 데 실패했다.
송재우 위원은 "지금은 절대적으로 누가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 투표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표가 갈릴 수 있다. 류현진이 앞서 있다고 해도 정말 근소한 차이의 1위라고 보는 게 맞다. 성적의 변별력이 없어지면 더 강력한 구위를 보였거나 후반기에 강한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며 "난전으로 흘러가는 게 맞다. 류현진을 포함한 경쟁 투수들이 남은 일정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가 사이영상 결과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