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국 프랑스(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도,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4위)도 아니다. 축구 변방 코소보(120위)가 쓰고 있는 기적의 드라마다.
코소보는 8일(한국시각) 홈에서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예선 A조 경기에서 동유럽의 강호 체코(43위)에 2-1로 역전승했다. 2승2무(승점 8)의 코소보는 잉글랜드(승점 10)에 이어 조 2위다. 코소보는 또 최근 A매치 15경기 무패(10승5무)이기도 하다.
인구는 190만명에 불과하지만, 축구 열기는 엄청난 코소보다. 체코전 입장권 1만3000장은 일찌감치 팔렸고, 돌아간 인원만 3만7000여명이었다. 세르비아의 자치주였던 코소보는 탄압을 받다가 2008년 분리 독립했다. FIFA엔 2016년 가입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축구가 코소보의 아픈 역사를 씻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코소보발 이변에 유럽도 발칵 뒤집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발칸의 피라미(minnows)가 해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블리크는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전했다.
코소보의 ‘기적’은 2018년 3월 백전노장 베르나르드 샬란디(68·스위스·사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게 그 출발이었다. A매치 10경기에서 9패(1승)였던 코소보는 샬란디 부임 후 14경기(9승5무)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샬란디는 코소보 축구에 ‘짠물 수비’를 이식했다. 선수층(등록 프로선수 304명)이 얇은 코소보에는 전문 수비수가 없었다. 그나마 선수는 거의 공격수를 지망했다. 샬란디는 전문 수비수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과거 박해를 피해 유럽 각지로 흩어진 코소보 이민자 2세 중 재능이 있는 수비수가 있었다. 샬란디는 코소보축구협회를 통해 이들의 움직임을 보고받았다. 대개 이중국적자였다. 현재 뛰고 있는 국가에서 국가대표의 꿈을 이룰 정도는 아니었다. 샬란디는 테스트를 거쳐 합격점을 받은 선수는 바로 대표선수로 뽑았다. 현재 대표팀 윙백인 벤냐민코롤리(27·취리히)가 대표적인 예다.
샬란디는 또 미팅시간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나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수비 영상을 보여줬다. 선수들은 롤 모델을 정했다. 단시간에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샬란디는 “강팀은 좋은 롤모델이다. 현대축구에선 전원이 수비수”라고 늘 강조했다.
샬란디 부임 당시 176위였던 코소보는 1년 만에 괄목상대할 팀이 됐다. 그가 벤치를 지킨 14경기에서 9골만 내줬다. 2018~19 네이션스리그에선 최하위 그룹인 D리그 3그룹에서 1위(4승2무)를 차지했다. 샬란디는 “우리는 ‘깡’이 좋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코소보는 11일 조 1위 자리를 놓고 잉글랜드와 맞대결한다. 잉글랜드는 코소보전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데일리메일은 “발칸의 브라질이 온다”며 경계했다. 반면 샬란디는 스위스 타게스안차이거 인터뷰에서 “잉글랜드는 우리와 다른 세계의 팀이다. 경험을 쌓겠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홈페이지를 통해 “코소보가 사상 첫 유로 본선을 밟을까”라는 설문을 시작하는 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