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인 피자가 국내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 음식이 됐다. 인기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한 판에 3만~4만원대 프리미엄 신메뉴만 주로 출시만 하기 때문이다. TV 광고를 보고 주문을 하려던 소비자들은 웬만한 치킨 두 마리 가격에 달하는 피자 가격을 보고 지갑을 잠그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피자 가격이 계속 고가로 형성될 경우 대중이 외면해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한국에서 피자는 고가 음식?…할인 받아도 3만~4만원 국내 1위 피자 프랜차이즈 도미노피자는 지난 6월 여름 신메뉴 '문어밤 슈림프' 피자를 출시했다. 홈페이지상 권장 소비자 가격은 라지 사이즈 기준 3만4900원이다. 최근 수년 간 출시해 인기 메뉴로 떠오른 '더블크러스트 이베리코', '블랙앵거스 스테이크' 모두 같은 가격이었다. 2위 미스터피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씨푸드아일랜드'는 3만7500원, '치즈 블라썸 스테이크'는 라지 사이즈가 3만6500원이다. '치즈 피자'나 '페퍼로니 피자' 등 수십년 전부터 있었던 메뉴 외에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은 대부분 3만원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피자는 각 가정에서 가장 쉽게 배달하는 음식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피자 가격이 너무 비싸서 먹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는 한 판에 3만원 대에 이르는 피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ID가 '나리'라는 한 소비자는 "미스터피자에서 신상 피자인 '치즈블라썸스테이크'를 먹었다.
피자 값 진짜 비싸다. 프리미엄 피자 라지가 3만6000원이다. 치킨 가격의 두 배"라면서 "다행히 배달앱 할인 중인 메뉴라서 3만원에 시켰다"고 말했다.
블로거 '노지'는 "미스터피자는 단가가 상당히 세서 나처럼 소시민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늘 광고로 피자를 보기만 할 뿐"이라면서 "먹고 싶었던 피자가 처음에는 3만1900원이라고 알았는데, 치즈크러스트 옵션을 누르니 무려 3만5400원이었다. 먹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썼다.
소비자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려 놓고 할인 행사를 하는 상술을 지적하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자녀를 둔 주부라고 밝힌 '북북엄마'라는 필명의 소비자는 "도미노피자를 KT 할인 받고 샀다. 그래도 너무 비싸다"면서 "그나마 통신사의 상시 할인은 20%고, 이따금 40% 할인을 하는 조건이 걸려 있다. 상술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통신사에서 40% 할인을 받고, 파스타 하나를 추가했더니 4만3000원대 가격이 나왔다며 "여러분 꼭 할인 받아 먹어라. 제 가격으로 먹지 마라. 너무 비싸다"고 덧붙였다.
ID가 '가나다라'는 "피자 한 판에 3만~4만원이다. 맨날 세일해서 제 돈 주고 사먹으면 호구 느낌이 난다"며 "(사람들이 비싸서) 잘 안사먹으니까 그런 것"이라고 일갈했다.
시민단체도 피자 프랜차이즈의 행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특정 통신사 회원 할인이나 한 판을 사면 덤으로 주는 '1+1 행사'는 일종의 마케팅 상술이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 식품 업계가 소비자들의 여력에 대한 고민없이 업그레이드 제품을 출시하고 가격을 고가로 올리는 현상이 자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일부에만 돌아가는 부정기적인 할인 혜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도미노피자 관계자는 "도미노피자는 프리미엄 피자 브랜드로서 고객들에게 품질이 높은 식자재를 사용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펫피자' 출시에 마케팅 전문가 영입 '안간힘'
피자 소비자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소비자들도 외면하고 있다. 비싼 피자를 시켜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자 프랜차이즈 상위 6개 업체의 영업이익과 매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시장 1위 도미노피자는 2016년 261억원의 영업이익을 봤으나 지난해 209억원에 그쳤다. 2위 미스터피자 역시 2016년 매출 970억원, 영업이익 89억원을 적어냈다. 그러나 2년 뒤에는 매출 1198억원, 영업이익 4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최악의 실적을 낸 곳은 피자헛이다. 피자헛은 2016년 매출 200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업계에서는 "매출과 실적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것이다. 한때 인지도와 매출 최상위였던 피자헛이 6위권에도 발 들이기 힘든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치킨·자장면 등과 더불어 인기 배달음식이었던 피자의 위상이 전만 못해서다. 각 업체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오는 15일까지 일반 피자를 배달시키면 애완동물이 먹을 수 있는 '펫피자'를 덤으로 얹혀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펫시장이 커지고 애완동물을 돌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마련한 자구안이다.
'탄 피자'을 배송시켜놓고 환불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던 피자헛은 더 적극적이다. 지난달에는 마케팅 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맞이했다.
김명환 한국피자헛 대표이사는 본 아이에프 대표 등 20여 년간 외식업계에 종사한 이력이 있는 '마케팅통'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피자를 외면하는 이유가 마케팅이나 반려동물용 제품 때문이 아닌 비싼 가격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자 가격이 오르면 결국 피자 프랜차이즈는 물론 가맹점주와 소비자도 피해를 본다.
윤명 총장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야 피자 업체도 돈을 벌수 있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양쪽 모두에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조건 고가 피자만 출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에서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된 가격대의 피자를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