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취중토크 테이블에 앉혔다. 넉 달 간 러브콜 끝에 만남이 성사됐다. 2019년 추석특집 취중토크 주인공은 '대세 예능인' 전현무(41)다. 기존 프로그램 및 신규 프로그램을 합쳐 무려 12개 프로그램을 소화 중인 '다작왕'이다. 빡빡한 스케줄 탓에 취중토크를 위한 시간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신규 예능 3개 론칭을 앞두고 술잔을 기울였다. 전현무는 올 하반기에도 열심히 달린다. 전생에 사귄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차진 호흡을 자랑하는 설민석 역사 강사와 tvN '요즘책방: 책을 읽어드립니다'로 뭉친다. 유튜브 '워크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장성규와 JTBC '막 나가는 뉴스쇼'·유호진 PD의 tvN 이적 첫 프로그램 '수요일은 음악프로'까지 다채로운 신규 프로그램으로 인사한다. 다작 활동에 이미지 소모가 걱정될 만도 하지만 "신동엽·김구라와 함께 '무영혼 3인방' 아니냐"고 너스레를 떠는 전현무다. "보다 실험적이고 의미가 있는 예능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외쳤다.
전현무의 취중토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프리랜서 초창기 시절(2013), 프리랜서로서 능력을 입증받고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예능상(2015)을 수상했을 때 진행했다. 4년 후 다시금 '백상의 남자'가 된 전현무.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예능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그대로 굳어버린 리얼한 전현무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
올해로 프리랜서 생활 만 7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기자·앵커·아나운서에 모두 합격하며 '언론고시 그랜드슬램' 기록을 가졌지만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가장 잘 맞는 직업이 예능인이라고 말했다. "방송 자체가 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는 전현무. 현재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그가 꿈꾸는 마지막은 '무디(전현무+DJ 합성어)'였다. 언젠가 라디오로 돌아갈 날을 꿈꿨다.
-새 프로그램이 방송을 앞두고 있어요. "제일 기대하고 있는 건 설민석 씨와 같이하는 '책 읽어드립니다'에요. 설민석 씨와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이하 '선녀들')을 통해 역사 여행을 다니면서 간간이 했던 이야기거든요. 책을 읽어주는 게 어떨까. 우리끼리 공감한 포인트가 책장에 책은 꽂혀있는데, 서점에 가서 늘 부푼 마음을 안고 사는데, 살 때만 좋잖아요. 하나도 안 읽잖아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 같아요. '사피엔스' '정의란 무엇인가' 사놓고 안 읽잖아요. 살 땐 너무 기분 좋은데. 나도 그래요. 이런 대중의 수요와 니즈가 있을 때 풀어주자 싶었어요. '어차피 안 읽을 거면 이 방송 보고 아는 척이라도 하세요.' 그런 취지예요. 읽었다는 전제하에 읽어주는 게 아니라 '안 읽었지? 나도 안 읽었어. 그런데 설민석 씨가 읽어왔대' 그러면서 설명해주는 거예요. 너무 좋죠. 방송만 보면 아는 척 할 수 있어요."
-'선녀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시청률은 조금 아쉽지만요. "SBS '미운 우리 새끼' 때문이에요. 진짜 미워.(웃음)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배우죠. 나와 설민석 씨가 하는 프로그램의 큰 틀은 모두 다 니즈가 있고 욕구가 있는데 안 하는 거예요. 역사? 알고 싶은데 한국사 고조선부터 읽을 거예요? 아니잖아요. 절대 안 읽어요. 읽어도 머리에 안 들어와요. 어차피 책 안 읽을 거면 우리 방송 보고, 삼국시대를 느껴봐. 고려 시대, 조선 시대 귀로만 듣고 주입식으로 외우기만 했던 것 뒷이야기 들어봐. 그런 거예요. 처음은 역사였고 두 번째는 책이에요. 다음은 뭐가 될지 모르죠. 현대인들은 꼭 이루고 싶지만 못 이루는 게 있거든요. 그런 걸 해결해주는 거죠."
-설민석 씨와 잘 맞나봐요. "너무 잘 맞아요. 설민석 씨와 전생에 사귄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어요. 눈을 보면 무슨 생각하는지 보여요. 그 전에 친분은 없었는데 워낙에 팬이었어요. 설민석 씨는 '무큐리(전현무+프레디 머큐리)' 팬이었대요. 그래서 내 이름을 휴대전화에 무큐리로 저장했더라고요."
-'선녀들'이 또 다른 tvN '알쓸신잡'이 될 수도 있겠어요. "맞아요. 설민석과 얘기했던 건 '알쓸신잡'과 '어쩌다 어른' 사이로 하자고 했어요. 말랑말랑하게요. 너무 어렵게 하면 재미없어요."
-요즘 예능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낮잖아요. MC들도 고민일 것 같아요. "지금이 예능 위기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촬영하는 내가 재미 없어요. 찍으면서도 '누가 볼까?' 이런 생각이 드는 예능이 가끔 있어요. 예능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위기의식이자 책임감이죠. 사람들이 바쁜 와중에 TV를 보는 건 웃거나 의미 있는 걸 찾기 위해서인데 내가 그 의미를 못 찾으니까 고민이 많아요. 유튜브니 뭐니 자극적인 콘텐트가 많은데, 오히려 이럴 때는 TV 예능이 차별화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듦새를 좋게 하면서 내용을 담는 거죠. 그런데 내용만 담으면 재미 없으니까 예능 재미는 내가 어떻게든 만들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선녀들'이나 '책 읽어드립니다'에 더 애착이 있어요."
-유호진 PD와 하는 tvN '수요일은 음악프로'도 있어요. "그것도 주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예능 하면서 느끼는 위기감은 이게 이거 같고 저게 저거 같고, 내가 나를 복제하는 느낌이 들어서거든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포맷이 없어요. 그래서 첫 녹화하는 날도 유호진 PD에게 '이거 뭐 하는 프로냐. 이제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했는데 그냥 하래요, 나영석 PD한테 못된 것만 배웠죠.(웃음)"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스튜디오에 있을 수도 있고 야외에 나갈 수도 있고 패러디를 할 수도 있고 콩트를 할 수도 있는데, 핵심 테마는 '음악'이에요. 음악 예능 하면 오디션도 있고 쇼도 있는데 이건 약간 버라이어티 쪽이에요. 첫 회는 싸이월드 BGM 특집을 했어요."
-바로 끌리는데요. "봐요, 반응이 오잖아요. 싸이월드 BGM 누가 생각하겠어요. 90년대 차트 1위부터 10위 이런 건 많았지만 싸이월드 BGM은 다른 차원이 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싸이월드 팬 세 명을 데려왔어요. 얘기하고 듣고 공감하고 퀴즈 풀고. 끝나고 다음 주는 어떤 음악 특집이냐고 물으니 또 다르대요. 야외에 나갈 거래요. 그래서 그냥 '마음대로 해라' 했어요. 정해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오히려 그런 게 요즘 감성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틀을 정해놓고 '재밌으니까 봐주세요' 하는 건 옛날 방식이에요. 한 4회 정도 해보고 반응 안 좋으면 날리고, 재밌는 걸 발전시키는 거예요. 굉장히 발상이 자유롭더라고요."
-유호진 PD와는 처음이죠. "제대로 한 건 처음이죠. 유호진 PD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설명을 두 번 듣고 들어간 거예요. 처음엔 좀 아니다 싶었어요. 너무 틀이 없으니까 불안해서 어떻게 하냐고. 그런데 듣다 보니 요즘 감성은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보세요' 이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해보고 아니면 바꿔버리고, 그런 자유로움이 좋았어요."
-JTBC '막나가는 뉴스쇼'도 들어가죠. "정규가 된다면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뉴스룸' 세트 같은 곳에서 아나운서 출신 두 명이 하는 예능이죠. 시사와 예능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늘 있었는데, 종편 뉴스쇼보다는 조금 연성화된, 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은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어요. 비슷한 건 싫어요. 하면서도 죄책감이 들어요."
-장성규 씨와의 호흡이 기대돼요. 혹시 경쟁자로 느껴지기도 하나요. "나와 결이 달라요. 대신 올해를 미리 정리한다면 두 명의 스타가 나왔다고 봐요. 가수 송가인 씨와 장성규. 이 둘의 등장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차근차근 준비하다 터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두 사람은 빵 터진 거예요. 물론 다져왔으니까 가능했죠."
-장성규 씨가 프리 선언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조언을 구했다고요. "듣지도 않고 '왜 안 나가?'라고 했어요. 안 위험하겠냐고 묻는데, 뭐가 위험해요. 나오면 프리 아나운서들 많이 긴장할 거라고 했어요. 쓰임새가 많고, 대중들도 좋아할 거라고 했죠. 정말 고민하지 않고 나가라고 했어요. 지금 너무 잘하고 있죠. 프로그램에 치여서 죽으려고 하던데 내 초창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목쉬고, 스테로이드 중독되고, 문페이스 되면서 '현타'가 올 거예요. 내가 그랬거든요. 2014년, 15년이 너무 힘들었어요. 숨을 못 쉴 정도로요. 그렇게 겪어보면 한층 성숙할 거예요."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잖아요. "그땐 프로그램이 들어오면 기회고 고마우니까 다 했어요.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예능의 위기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소모적인 예능에 나가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예능에 날 투자하자 싶은 거죠."
-이미지 소모를 걱정한 건가요. "이미지 소모는 걱정 안 해요. 이미 나와 김구라, 신동엽 씨 3인방은 무영혼 3인방이잖아요.(웃음)"
-그래도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다른 게 보여요. "다르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봤자 사람이 하난데 한계가 있지. 워낙 옛날부터 그런 비판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에 이미지 소모를 걱정하는 건 아니고. 책임감? 재밌는 것 좀 만들자 이런 거죠.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그걸 보게 하자는 거죠.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젠 들어오는 걸 다 하진 않아요."
-시청률보다 책임감, 의미가 더 중요한 거군요.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걸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역사나 책은 독보적이에요. 분명 필요로 하거든요. 의미도 있고요. 그런 걸 많이 하려고 해요."
-요즘 의미 있는 예능을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우리끼리 찍고 떠들고 까부는 건 이제 안 봐요. 그런 건 유튜브에 무서울 정도로 많아요. 유튜브를 자주 보진 않아요. 변화에 둔감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유튜브는 TV랑 다르잖아요. 너무 유튜브에 물들어버리면 차별성이 없을 것 같아서 잘 보지 않아요. 기존에 내가 하던 대로 할 생각이이에요." >>[취중토크③]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