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욕쟁이'로 사랑 받았던 김슬기는 여전히 거침없이 당돌한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알고보면 '그냥 러블리' 하고, 수줍음 가득한 소녀 감성이 매력적인 배우다. 희극 뿐만 아니라 정극까지 활동 영역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변화에 따른 과도기는 피할 수 없이 맞닥뜨려야 했지만 김슬기는 결코 조급해 하지 않는다는 속내다.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만 계속 보여줄 수도, 실제 내가 아닌 나를 계속 나인 척 포장할 수도 없다. 정확한 대중의 눈을 무엇보다 신뢰한다는 김슬기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그런대로, 잘못했다고 하면 또 그런대로 받아 들이며 '배우 김슬기'로 믿음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김주호 감독)'은 김슬기에게 꼭 필요했던 시기 찾아 온 작품. 영화의 흥망을 떠나 극중 김슬기는 가장 잘하는 것에 새로운 매력을 더해 배우 김슬기의 가능성을 입증시켰다. 선배 조진웅이 김슬기를 콕 집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JTBC 예능 '서핑하우스'를 비롯해 하반기 선보이게 될 MBC 드라마 '하자있는 인간들'까지 2019년 한 해를 알차게 채운 김슬기.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이기에 김슬기의 행보에 흥미로운 시선이 뒤따른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그동안 영화에 출연해도 중심 인물로 등장했던건 아니라 이번엔 조금 더 떨리고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
-떨려서 완성된 영화를 잘 못 봤다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내 연기를 보면 항상 부족한 것만 보인다. 뭐든 아쉽다. 일례로 부처로 등장하는 신은 조금 더 인자하게 비춰지고 싶었다. '아, 부처다!' 그런 느낌 있지 않나. 근데 감독님이 생각하시건 깜찍한 부처였고, 눈에 딱 들어오자마자 내 에너지가 발산되는 느낌을 원하셨다. '아, 김슬기다!' 할 수 있는?(웃음) 톡톡 튀는 면을 좋아하셨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남지만 그것이 작품에 재미가 됐다면
-이번 영화는 어떤 매력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나. "내가 배우이다 보니까 광대들의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지금 시대로 따지면 배우가 곧 광대다. 그 시대의 배우로 살아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영화에서 유일한 홍일점인데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체적 인물로 당돌하고 당당하게 설정된 캐릭터가 좋았다. 지금 시대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준비 과정은 어땠나. "'김슬기라는 사람 안에도 많은 결이 있구나. 되게 다양한 모습이 많구나'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드러내고 싶었다. 다행히 근덕이라는 캐릭터에 다채로운 매력이 상당했다. 근덕을 잘 표현하는 것이 결국 정답이었다."
-정통 사극도 처음이다. "아예 모르고 덤벼서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여름에 촬영을 했고, 손만 대면 분장이 지워질 정도로 더웠다. 힘들기도 했지만 '내가 언제 이런 것을 느껴 보겠어!' 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고 감사하게 받아들였다.(웃음)"
-힘든 것을 즐겼나. "'와, 내가 이런 것을 하는구나. 이 고통을 드디어 느끼다니!' 했던 것 같다. 하하. 힘들 수록 고통을 즐겼던 것 같다. 몸매가 잘 보이지 않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옛날 악기도 연주하고, 말도 탈 수 있었다. 현대극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해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사극의 매력을 충분히 느낀 것 같다. 심지어 고공 와이어도 탔다.
-조진웅이 엄청나게 칭찬했다. "선배님의 인터뷰를 정독했다. 너무 감사했고 또 영광이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내 것을 하기 바쁘고 긴장해서 선배님이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고 계신 줄 몰랐다. 눈빛도 보냈다고 하시는데 그땐 몰랐다. 놓쳐서 아쉽다.(웃음) 선배님은 배우로서도, 인생 선배로서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후배들이 해야 할 일을 먼저 다 하셨다. 우리를 항상 웃기려 해 주셨고 편안한 현장 분위기를 주도 하셨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조진웅과 연못 호흡은 '광대들'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신기한게 혼자 연기할 땐 톤이 딱딱하게 나오는데, 선배님이 받아 주시면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진짜 다르구나. 상대 배우에 따라 내가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매 순간 놀라웠고, 감탄했고, 존경스러웠다. 아무래도 선배들의 연기를 눈여겨 보게 되는데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실까' 싶더라. '선배님은 역시 선배님이구나. 나도 나중에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 부러워 하기도 했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