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49)이 1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장과 군수'(2007) 이후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 감독)'를 통해 본업인 코미디 장르로 복귀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하루 아침에 딸이 생긴 주인공 철수가 자신의 과거와 정체를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차승원이 연기하는 철수는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소방관으로 활약했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정신 지체를 앓게 된 인물이다. 차승원은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눈물 나는 감정신까지 폭넓은 연기를 소화했다.
12년간 코미디를 떠나 있었던 차승원. 특히 최근작 '독전'(2018)에서는 살벌한 악역을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랬던 그가 '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돌아온 것은 새로운 도전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관객들에겐 낯선 착한 차승원의 모습으로 승부를 보면서,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며 관객들의 눈물까지 빼야한다. 착한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차승원은 "요즘 시대에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전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코미디 연기가 오랜만이라 어색하지는 않았나. "어색함은 없었다. 후반부 변화가 쉽지 않은 캐릭여서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고민을 많이 하긴 했다. (정신 지체 장애를) 희화화 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블라인드 시사에서 그 부분을 싫어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각자의 성향이니까 어떻게 하겠나. 호불호가 있는 것이니까."
-화재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 지체를 앓는 철수를 연기하며 참고한 것이 있나. "철수라는 역할은 전반과 후반의 결이 확실히 나누어지는 캐릭터다. 성인이 돼서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연기한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도 아닌 인물이다. 여러 레퍼런스를 취합해서 연기했다. 다큐멘터리나 기존의 영화를 봤다. 하다보면 몸에 익는 것이 있다. 그 기조로 쭉 갔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기존에 연기해왔던 그런 작품과 캐릭터는 아니라고 느꼈다. 영화는 감독의 성향과 똑같이 나온다. 이계벽 감독을 처음만나고 '이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네'라고 느꼈고, 이 영화에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간 이계벽이 감독 이계벽보다 좋다. 시나리오의 완성도 같은 것들을 다 접어두고 '이 사람과 작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감독과) 전화통화를 하면 할 때마다 '이 사람 결이 곱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생활 패턴이 같다.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오후 5시 전에 집에 들어와 있다. 생활 패턴이 비슷한 사람이 좋다.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긴다."
-본인도 그렇게 모범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인가. "나는 술을 먹지 않는다. 6시 이후에 밖으로 나와서 술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은 지 7~8년 됐다. 그 시간엔 전화도 안 걸려온다. 특별히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 이전에 지방 촬영 가면 두 달씩 있고 그러지 않나. 요즘엔 하루 이틀씩만 집 밖에 있어도 몸이 아프다."
-나이가 들어서 변한 건가. "나이가 들수록 책임감이 더해진다. 예전에는 '몸이 피곤하고 힘들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약속한 것은 웬만하면 지키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규칙에 맞게 행동하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고, 욕 먹기가 싫다."
-정신 지체 캐릭터 희화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영화에 코미디를 더 넣었으면 선을 넘었을 것 같다. 코미디 영화를 많이 해봐서 안다. 웃길 수 있는 과도한 설정들이 있는데,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고 했다. 고민이 정말 많았다. '코미디 영화인데 안 웃기고 뒤에 많이 울리기만 한다'고들 하는데,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정도만 잘 살리려고 했다."
-지나친 신파에 대한 우려 또한 존재한다. "극중 철수는 샛별이를 한 번도 안아주지 않는다. 그런 직접적인 장면을 피하려고 했다. 사고로 인해서 비롯된 슬픔이다. 샛별이 캐릭터로 그 이외에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는 신파를 피하려고 했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만족을 완벽하게 할 순 없을 것이다. 희화화에 대한 우려나 코미디가 올드하다는 평도 있는데, 따뜻하고 기분 좋은 영화라고 평해주는 분들도 있다." >>[인터뷰 ②]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