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어렵다는 정규 편성 따내기.
올 추석 파일럿은 대체적으로 평이 좋다. 뻔하지 않은 출연진과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 차려졌다. 바늘 구멍을 통과할 낙타는 어떤 프로그램이 될 지. 방송 담당 기자 세 명의 의견과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토대로 성적표를 작성했다.
JTBC '막 나가는 뉴스쇼'
출연진 : 김구라·전현무·장성규 등
시청률 : 1.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컨셉트 : 연예인들이 기자가 돼 사회·정치·문화 등 분야에 관계 없이 각종 핫이슈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고 보도하는 예능형 뉴스쇼
성적표 : 85점(이하 100점 만점)
첫 주제가 현 시국과 너무 잘 맞았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혐한 망언을 일삼던 일명 '망언 3인방' 사쿠라이 요시코·하쿠나 나오키 작가·다케다 쓰네야스를 찾아갔다. 그들과 인터뷰를 하려는 김구라의 모습과 말도 안 되는 역사관을 가진 이들을 바라보는 김구라의 분노 등 국민이라면 김구라와 같은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봤다. 특히 김구라가 과거 인터넷 방송을 하던 시절의 '날 것' 냄새가 물씬 나 보기 좋았다. 정규 편성이 된다면 해외까진 아니더라도 국내만 눈을 돌려도 취재할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 결국은 휘둘리지 않고 프로그램의 초심을 잡는 것이 포인트.
SBS '맛남의 광장'
출연진 : 백종원·박재범·양세형·백진희
시청률 : 6.0%
컨셉트 : 지역의 특산품을 이용해 기존에 맛볼 수 없었던 신메뉴를 개발, 휴게소·철도역·공항 등 만남의 장소에서 교통 이용객들에게 선보이는 '쿡방'
성적표 : 75점
지금의 '예능 치트키'라 불리는 백종원이 나오므로 점수 절반은 획득하고 들어간다. 넘치고 넘치는 '쿡방' '먹방'이 아닌 요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가 매우 훌륭하다. 그냥 휴게소에서 음식만 팔았다면 비난의 소리가 컸을 터. 이영자가 끌어올린 휴게소 음식의 1차원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는게 포인트다. 골목식당을 부흥시킨 백종원이기에 더 든든하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만 200여개. 그 곳을 전부 돌아다녀도 수년치 방송 분량은 확보된다. 다만 정규화가 된다면 멤버의 재구성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JTBC '괴팍한 5형제'
출연진 : 박준형·서장훈·김종국·주우재·백현
시청률 : 1.0%
컨셉트 :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생활 속 평범하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줄 세우며 토론을 벌이는 신개념 논쟁 토크쇼
성적표 : 70점
'공감'이라는 핵심을 가장 잘 건드린 파일럿이다. 일회성으로 기획은 아주 좋았다. 일반적으로 친구들과 만나 나누는 대화가 곧 프로그램이 된 셈. '샤워를 할 때 어디부터 씻나'는 원초적인 주제 하나로 보는 이들이 토론하게 만든다. 요즘은 시청률만큼 중요한게 화제성.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게 해야하는 매력이 가득한 컨셉트다. 정규가 된다면 굳이 다섯명의 의견을 하나로 통합해야하나. 그냥 토론에서 끝내는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또 뻔하지 않은 주제를 매회 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KBS 2TV '부르면 복이 와요 달리는 노래방'
출연진 : 붐·유세윤 등
시청률 : 7.9%·7.5%
컨셉트 : 노래방 트럭을 타고 전국 각지를 찾아가 재미와 감동이 있는 사연은 물론 숨겨왔던 흥과 끼를 갖고 있는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노래쇼
성적표 : 60점
이번 추석 파일럿 중 시청률은 가장 좋았다. '전국노래자랑'의 현장 버전 혹은 '한끼줍쇼'의 노래 버전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 여기에 노래 부르는 사람의 사연까지 더해지니 2049보다는 중장년층의 구미를 당기기 좋았다. 거창하지 않고 쉽게 접근해 공감대를 형성한 케이스다. 정규 편성이 되고 KBS 1TV로 채널을 옮기면 시청률을 더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뻔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저 노래하고 선물주는 뻔한 예능에서 벗어날게 없다는 것.
tvN 'V-1'
출연진 : 강호동 등
시청률 : 1.0%·0.8%·0.9%
컨셉트 : 대한민국 걸그룹 멤버 중 최고의 '보컬 퀸'을 선발하는 걸그룹 보컬 No.1 서바이벌
성적표 : 45점
노래 예능이 너무 많다. 걸그룹 중 보컬 넘버원을 뽑는다는 세부 내용이 다를 뿐 어쨌든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는 포맷이다. 그럼에도 드림캐쳐 시연·위키미키 지수연 등 평생 모르고 넘어갈 뻔한 실력 보컬리스트를 알았다는 건 취지와 잘 맞다.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등 차고 넘치는 노래 예능과 차별점이 없다. 가장 의문인건 심사위원 구성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와 카더가든은 이해하나 패션계 종사하는 양지해와 배우 현우가 심사위원으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물음표다. 레귤러 편성이 된다면 심사위원의 변화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