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3분기까지 5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웠다. 세븐틴은 발매 일주일만에 7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고 엑스원은 데뷔앨범으로 하프밀리언셀러(50만장)이라는 신기록을 만들었다. 걸그룹 파워를 이끄는 트와이스는 지난 4월 낸 '팬시'로 37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블랙핑크도 30만 장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보였다. 디지털 음원 시대가 열린지 10년이 지나, 음반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 ,IFPI)는 최근 세계 음반 보고서를 내고 음반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2018년까지 4년 연속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음반 업계 전망도 나쁘지 않다. IFPI의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음반 판매량이 전세계적으로 오른 배경엔 라틴아메리카(브라질·멕시코)와 아시아 지역 영향이 컸다. 특히 협회는 "2018년 한국은 강력한 성장률(+17.9 %)을 보이며 음반과 디지털 매출의 두 번째로 큰 지역으로 성장했다"고 아시아 가운데서 대한민국을 명시했다.
가온차트를 살펴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방탄소년단은 537만7272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빌보드200 1위에 오른 '맵 오브 더 소울-페르소나'로만 350만 장 이상을 팔았고, 역대 발매 앨범 또한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년에 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면 올해엔 그 기록을 3개월 앞당긴 셈이다. 걸그룹 음반판매량에선 트와이스가 압도적이었다. 최신작 '필 스페셜'을 제외했음에도 43만6093장의 물량이 빠졌다.
대세그룹과 신인들의 기세도 무섭다. 한터차트는 "세븐틴이 정규 3집 '언 오드'를 내고 한 주간 70만 863 장을 판매했다. 초동 판매량으로만 약 207%의 성장률"이라고 전했다. 엑스원은 데뷔 앨범으로 하프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최초의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즈원과 있지도 단일앨범으로 각각 254만900여 장, 10만4000여 장의 판매량으로 집계됐다. 가온차트는 "앨범 판매량은 2017년 크게 증가한 후 계속해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10년 전만해도 예상할 수 없었다. 2006년엔 세계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 해 전체 음반 시장에서 디지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했지만 IFPI는 "세계 음반 거래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지는 "미국 내 디지털 음악 판매가 84%나 증가하면서 음악시장에서 디지털 매출 비중이 18%에 이르렀다"며 메이저 음반사들이 CD 매출의 약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음반업계는 이 때부터 CD를 단순히 음악을 청취하는 상품이 아닌 부가컨텐트를 수록해 소장가치를 높이기 시작했다.
국내 음반시장도 마찬가지다. 앨범이 일종의 굿즈 개념으로 자리잡으면서 두꺼운 포토북과 포토카드 등을 수록하는 것은 당연한 구성이 됐고, 최근엔 팬사인회 당첨권에서 나아가 쇼케이스 방청 응모권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솔로 데뷔한 강다니엘은 예약구매자를 상대로 쇼케이스 추첨 이벤트를 벌여 알라딘에서만 120명을 뽑았다. 또 초동기간 동안 광주, 대전, 부산, 대구 등에서 전국을 돌며 팬사인회를 진행했다. 당시 소속사는 "강다니엘 데뷔앨범이 발매 하루 만에 34만여 장 판매됐고 사흘째 누적 판매량 40만 장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을 사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돌 팬은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2~30장은 기본이고 많으면 50장 이상까지도 구매해봤다. 박스 그대로 집에 보관하고 있는 앨범도 있고 나눔한 앨범도 많다"고 말했다. 한 기부처 관계자는 "다인원이 다량으로 앨범을 기부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곤 한다. 좋은 일에 쓰는 거라, 감사한 마음이다"면서도 "중복된 앨범이 많을 경우엔 죄송하지만 기부를 거절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