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사로잡는 헤어 스타일에 어디에서 살 수도, 본 적도 없는 자체 제작 의상을 장착한 뒤 무대에 오른 이들은 웃음과 흥을 선사한다. 이혁에서 원흠으로 멤버 교체 후 '사이다' 활동 때부터 부스터를 달고 더욱 기상천외한 컨셉트를 쏟아내고 있다. 노래 제목이나 가삿말에서 영감을 얻어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때론 상상을 초월한다. 과한데 보기에 거북하진 않다. 이게 바로 노라조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최근 활동을 마무리한 '샤워'로 KBS 2TV '뮤직뱅크' 출근길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원흠이 농약 살포기로 뿌리는 물에 조빈이 샴푸로 머리를 감아 역대급 출근길 퍼포먼스를 만들었다. 이젠 무대 밖에서도 이 세상 텐션이 아닌 노라조 특유의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무대에선 팀명처럼 관객과 신나게 티키타카를 주고 받으며 잘 놀지만, 조현준(조빈 본명)·조원흠(원흠 본명)의 모습은 180도 다르다. 진중하고, 차분하다. 취중토크 때 '샤워' 무대 의상을 입고 와 정자세로 앉더니 한 없이 진지한 답변을 쏟아냈다. 그러다가도 사진 기자가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1초만에 노라조 특유의 코믹한 표정을 지었다. 천상 광대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조빈 "맥주 한 병 정도. 소주는 반 병이요. 술을 마실 땐 순간 목에 넘어가는 맛(느낌)을 따져서 소주 보다는 맥주를 좋아해요." 원흠 "맥주 500cc 한 잔 정도. 소주로 따지면 반 병 정도예요. 양주는 한 두 잔이고요.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기도 하고 몸이 부어요. 손 발, 성대까지 다 부어요. 그렇다보니깐 다음날 스케줄이 있으면 전 날 술을 아예 안 먹죠."
-'샤워' 활동을 마쳤는데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조빈 "점수로 하면 80점? 무대는 많이 보여드렸는데 '사이다'에 이어진 작품이다보니 '사이다'때 보여드린 신박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머리(스타일)도 기대를 했을텐데 이번엔 뽁뽁이(공기가 들어간 포장지)를 썼잖아요. 뽁뽁이도 신기한 분도 있었겠지만 '사이다'때 머리칼을 직접 감아 올린 느낌 보다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다음 노래에는 신기한 뭔가(컨셉트)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샤워' 활동하면서 역대급 음악방송 출근길 퍼포먼스를 보여줬죠. 조빈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예요. (출근길 포토 라인에 서는) 다음 가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물을 뿌리는 밑에 양동이를 뒀죠. 샤워 거품 때문에 바닥이 미끄러워질 수도 있는데 저희가 출근길 퍼포먼스를 하고 다음 가수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정말 민폐인거잖아요. 그래서 양동이를 위에서 샴푸로 머리를 감았죠." -한달에 행사를 40개 정도 한다고요. 조빈 "행사 성수기 때 많이 몰려서 들어오면 그 정도라는거죠. 행사 철 때 다행히 지역이 비슷하게 물려있어서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는데 보통 저녁에 행사가 몰려있으니깐 지역이 다르면 못 가는 곳도 있죠. 몬의는 많긴 한데 못 하는 경우도 많아요. 금토일은 거의 쉬는 날이 없죠."
-행사를 다니면서 휴게소에 들를 때도 무대 의상을 입고 있나요. 원흠 "그럼요. 그래도 '샤워'때는 양호한 편인데 '사이다'때는 멀리서도 보고 '조빈이다'라며 알아봤죠. 지금은 멀리서 보면 이상한 옷 입은 사람인가? 정도의 느낌으로 보시죠.(웃음)"
-아직 팬클럽명이 없는데, 정했나요. 조빈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보내줘요. 기억에 남는건 노팬티예요. 노라조의 팬임을 티내고 다니자의 줄임말인데요. 야한 느낌도 있고, 팬 매니저분들이 '노팬티 모여주세요' 그러면 좀 이상할 것 같아서요."
원흠 "다른 팬인데 진짜 노팬티인 분들이 올 수도 있고요." 조빈 "팬클럽명을 공모해야할 것 같아요. 직접 정할 때 소속감이 더 있을 것 같아서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아이디어를 준 '놀아줄게'도 해석도 좋고 느낌도 좋아서 괜찮은 것 같아요."
-노라조는 다양한 컨셉트를 시도하는 걸로 유명한데 가장 편했던 컨셉트는 무엇이었나요. 조빈 "아무래도 머리를 삭발했던 '고등어'때였던 것 같아요. '사이다'때는 사실 하도 사이다를 머리에 올리고 머리칼을 돌려서 고정시키느라 머리카락도 많이 상하고, 탈모도 생겼어요. 머리에 올리는 물건의 무게 때문에 특정 부분 머리가 뽑혀서 다시 자라기도 했죠. 그런 점에서 삭발하고 무대에 오른 '고등어'때가 편하긴 했어요.(웃음)"
-중국 연예계 활동을 10년 정도 하고 노라조 멤버가 된 원흠씨는 노라조 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원흠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되게 많죠."
조빈 "정산할 때? 노라조는 한 달에 한 번 정산해요. 그래서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죠." 원흠 "금전적인 부분도 물론 그렇지만 무대에서 노래할 때 '사이다'라고 해달라고 관객분들에게 요청했을 때 그 포인트에 맞춰 반응해주시면 짜릿해요. 그럴 때 이 자리에 서 있길 잘했다고 느껴죠. (조빈)형한테 감사해요. 형이 노라조 멤버 제안을 해줘서 지금의 자리가 가능했으니깐요."
-반대로 노라조 멤버로 합류하고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나요. 원흠 "후회한 적도 있죠.(웃음) 사람이니깐 기복이라는 게 있잖아요. (조빈) 형이 노라조 1기 멤버가 나가고 혼자되면서 1년 반 공백이 있을 때 저도 마찬가지로 노라조를 하기론 했지만 같이 쉬면서 수입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여러가지 음악을 만들면서 형이랑 음악적 교감을 햇던 것 같아요. 막막하기도 했는데 한 편으로는 노라조로 좋은 결과를 만들 자신도 있었어요. 형이 워낙 열심히 하고, 또 그런 형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의지를 하기도 했거든요. 어떤 곡을 내든 노라조 음악을 내면 무조건 잘 될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