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이어 영화도 해피엔딩이다. 나쁜 녀석들로 나쁜놈들을 잡는다는 '나쁜 녀석들' 특유의 세계관이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에서도 통했다. 지난 추석시즌 개봉한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손용호 감독)'은 이어진 여러 신작들과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누적관객수 450만 명을 돌파했다. 그 중심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이끈 마동석 그리고 김상중이 있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마동석이 연기한 박웅철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상대적으로 김상중이 맡은 오구탁 형사의 입지는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 하지만 '나쁜 녀석들'의 시작이 미친개 오구탁과 함께였던 만큼, '나쁜 녀석들' 속 배우 김상중의 존재감 역시 분량과 설정을 떠나 작품 전반에서 빛났다. 13년째 SBS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로 수 많은 미제 사건을 접했던 김상중은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와 '법'에 의거하여 현실에선 쉽게 처단하지 못하는 것들을 속 시원히 해결하는 '나쁜 녀석들'에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그알스러워'도 놓지 못하는 '그것이 알고싶다'과 흥행을 담보로 하는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김상중과 함께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강력 범죄 사건을 많이 접하지 않나. "난 편집하지 않은 원본을 보지 않나.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런 것을 봐도 '음... 그렇구나' 하는 정도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아쉬움은 크다."
-세상이 마냥 따뜻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나쁜 녀석들'에 더 큰 애정이 있다. 방송과 실제 사건 해결은 장애에 현실적 장애에 부딪힐 때가 많은데 '나쁜녀석들' 세계에서는 아무 것도 필요없다. 누가 뭘 막는다? 무슨 소용이야. 그냥 들이 받으면 되지.(웃음)"
-답답함을 많이 느끼나. "당연히. 공론화 돼 법이 만들어지면서 해결된 사건도 있지만 미제 사건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정황상 120% 범인이어도 실질적 증거가 없어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법이 아닌 다른 것으로 혼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나쁜 녀석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도 그 이유다."
-최근 고(故) 김성재 편은 방영금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됐다. "굉장히 아쉬웠다. 알권리, 알게 할 권리가 큰 것이지 인격 모독이나 자극적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송의 의도를 조금 왜곡해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여론이 형성되면 아주 무시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아마 재편집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방송이 불발된 후에도 제보는 계속 들어왔다."
-이제 김상중 하면 '그것이 알고싶다'가 자동적으로 떠오를 정도다. "내가 뭘해도 '그알스럽다' '그알같다'고들 하더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오랜시간 하다 보니 각인이 된 것 같다. 심지어 꼬마 아이들도 내가 지나가면 '김상중이다!' 아니라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한다.(웃음) 팬덤이 크다는 것은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프레임에 갇히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김상중의 현재 고민이라 봐도 될까. "연기를 통해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싶은 것처럼 '그알'을 통해 보여져야 할 것들도 있다. '그알'에 갖고 있는 내 애정은 굉장하다. 연기 인생 30년 가까이에 절반을 '그알' 한 프로그램으로 이어왔다. 연기의 변화만큼 '그알'의 진행 방식도 새롭게 바꿔보려고 애쓰고 있다. 배우로서, 진행자로서 정형화된 것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은 같다."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영향을 끼치나. "확실히 배역 선택의 폭이 줄었다. 이 쪽에서는 진실을 이야기하던 사람이 막장극에 나와 막장 연기를 한다면 작품과 캐릭터, '그것이 알고싶다' 모두에게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는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고르려 한다. 한번은 드라마에서 대선주자를 맡은 적이 있다. 선과 대립각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고 그의 모든 행동은 설득 가능했다. 개연성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뭐든 오케이다."
-굉장히 유쾌한데, 진중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걸 좀 희석시켜 볼까 싶어 아재개그를 시작했다. 하하.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반은 추운 날 더 춥게 만든다.(웃음) 나 조차 예상하지 못한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멘트가 나올 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고 개발하고 있다. 우리말의 대단함과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어느 때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감사하다. 내 나이에 명예퇴직한 분들도 많은데 꾸준히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 거기에 많은 분들의 사랑까지 얻으니 더할나위없다. 찾아줄 때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