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이어 영화도 해피엔딩이다. 나쁜 녀석들로 나쁜놈들을 잡는다는 '나쁜 녀석들' 특유의 세계관이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에서도 통했다. 지난 추석시즌 개봉한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손용호 감독)'은 이어진 여러 신작들과 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누적관객수 450만 명을 돌파했다. 그 중심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이끈 마동석 그리고 김상중이 있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마동석이 연기한 박웅철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상대적으로 김상중이 맡은 오구탁 형사의 입지는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 하지만 '나쁜 녀석들'의 시작이 미친개 오구탁과 함께였던 만큼, '나쁜 녀석들' 속 배우 김상중의 존재감 역시 분량과 설정을 떠나 작품 전반에서 빛났다. 13년째 SBS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로 수 많은 미제 사건을 접했던 김상중은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와 '법'에 의거하여 현실에선 쉽게 처단하지 못하는 것들을 속 시원히 해결하는 '나쁜 녀석들'에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그알스러워'도 놓지 못하는 '그것이 알고싶다'과 흥행을 담보로 하는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김상중과 함께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진중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희석시키고자 연구하고, 공부하고, 개발하는 아재개그의 발전에도 기대가 높다. -인기 드라마가 영화화 됐고, 드라마에 이어 영화 출연도 결정했다. 고민은 없었나. "드라마를 찍을 때 (마)동석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 드라마를 함축시켜 밀도있게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영화화가 된다고 했을 땐, 우리끼리 했던 말이 현실화 된 것이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코드를 맞춰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기 마련인데 배우의 생각과 프로듀서, 제작자의 의견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여러 상황을 놓고 따라야 한다. 내 입장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 부분은 캐릭터, 그리고 캐릭터들의 조화였다."
-만족도는 어떤가. "드라마에 비해 다른 관점을 보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호(好)'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드라마야 리모콘으로 돌려가며 볼 수 있지만, 영화는 아니지 않나. 선택을 해야 하고, 또 받아야 한다.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좋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무엇인가. "드라마보다 경쾌하고 시원하다. 드라마 속 다크함을 기대하셨던 분들에게는 미더울 수 있지만 영화는 영화만의 재미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들을 응징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주시지 않을까 싶다." -총을 쏘면서 후련함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우리나라 경찰들의 총기 사용이 까다롭다. 당연히 함부로 쏴도 안 되고. 발사 하더라도 무조건 허리 밑으로. 살생하면 안 된다. 그래서 첫 발은 공포탄으로 쏘면서 위협하는 것이다. 거의 제대로 된 사용은 못 한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미국 같은 경우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쓴다. 주머니에 손만 가도 발사할 수 있다. 경찰도 사람이고 보호해야 할 권리가 있는데, 현장에서는 범행을 저지른 자에 대해서도 보호가 이뤄진다."
-그 또한 작품에서는 뛰어넘고 싶었던 한계였던 것인가. "맞다. 나를 보호하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물론 오구탁도 죽이기 위함은 아니다. 허리 아래로만 쏜다. 다만 인정사정없는 원샷원킬이다.(웃음) 총 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향후 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더 강하게 총을 쏠 수 있는 신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5년 전 드라마에서는 오구탁 특유의 헤어스타일이 있었다. "사실 당시 목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목을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포즈는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목이 아파서 나온 행동이었다. 삐딱하게 보고, 반항스럽고, 불량스러운 분위기가 캐릭터와 매치됐다. 그러다보니 헤어스타일도 아무렇게 하고 다녔다. 디스크는 드라마 끝나자마자 수술했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마동석의 존재감이 커졌다. "영화는 '마동석의 나쁜녀석들'이다. 드라마에서는 오구탁이 주축이 됐지만 영화는 다르다. 동석이가 보여준 정글스러움, 액션 그런 것들이 큰 힘이 됐다. 현장에서는 엄청 겸손했다. '형님,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끊임없이 확인하더라."
-오구탁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다. "영화적으로 해야 할 몫이 있다. 영화적 입지를 놓고 봤을 때도 나보다는 동석이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배우 개인적 입장에서는 나라고 더 돋보이고 내 몫을 찾아 하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냐만은, 숲을 놓고 봤을 땐 물 흘러가는대로 녹아들어야 했다. 만약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오구탁의 '나쁜 녀석들', 박노순(김아중)의 '나쁜 녀석들', 고유성(장기용)의 '나쁜 녀석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면서 영화보다 더 잔혹한 현실을 많이 봤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15세 관람가로 수위를 다소 낮췄지만, 등급 자체보다 관객들에게 어떤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줄 것이냐는데 초점을 맞추는게 맞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속편의 등급은 달라질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 속편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속편이 나와줘야 내 속이 편할 것 같다는 말은 진심이다. 오구탁은 간이식에 성공하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웃음)"
-현장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나. "동석이 얘기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동석이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그대로 귀감이 된다. 당시 '악인전'을 찍고 있었고, '백두산' 등 몇몇 영화를 동시에 작업하고 있었다. 현장에 오면 온 몸이 파스로 도배돼 있었다. 만신창이인데도 카메라만 돌면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하더라. 원체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런 태도를 먼저 보여주니까 모두가 따를 수 밖에 없었고, 분위기는 당연히 좋아졌다."
-마블 영화 '이터널스' 해외촬영 일정으로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홍보는 함께 하지 못했다. "매번 메시지가 날아온다. 제일 큰 형이 앞장서줘 고맙다며 그 큰 덩치로 '형님 쵝오!'라고 보냈더라.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냐.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 덕분에 늘 웃음이 넉넉했다."
-장기용은 새롭게 합류했다. "배우려고 하는 자세와 진정성들이 보였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대사를 이렇게 저렇게 해라'는 이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현하는 방법, 현장에서의 모습, 그런 것이 더 눈에 들어온다. 기용이는 뭐든 잘 받아들였고,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다. 나에게는 아들 뻘이지만 그 모습들이 예쁘니까 챙겨주고 아껴주게 되더라. 스크린 데뷔작치고 잘하지 않았나. 하하." >>[인터뷰②]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