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04년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은 뒤 우승트로피를 무려 6번 품었다. 챔피언결정전 역대 최다 우승 감독. 역대 최다 감독상 수상(5회). 지난 시즌 '모벤져스'라 불리며 압도적 우승을 이끌어낸 이 역시 '만수'다.
이런 그가 또 한 번 역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가 개막한다. 오는 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공식 개막전이 열린다. '만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1년 전 우승후보 0순위라는 눈빛은 없다. 천하의 '만수'라도 고전할 수 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울 SK와 원주 DB 등이 현대모비스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태종이 은퇴해 전력 공백이 생겼다. 베테랑 양동근과 함지훈의 노령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국인선수 신장제한 폐지로 라건아가 압도적인 활약을 하지 못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또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대표팀 차출로 시즌 전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못했다. 악재가 겹친 듯 하다.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만수'는 담담하다. 우승후보라는 말에 유 감독은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요?"라고 반문하며 "다른 팀들이 좋은 국내선수 보강에 성공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도 많이 왔다. 올해는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즌과 같이 압도적인 분위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SK, DB, 오리온이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대항마 등장보다 근심을 키우는 건 팀 내부에 있다. 유 감독은 "시즌 준비가 수월하지 못했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부상 선수가 생긴건 처음이다. 우려되는 시즌이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경험이다. 수많은 우승을 통해 얻은 교훈. 어떤 상대라도 현대모비스가 가장 잘 하는 농구를 하면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 대항마의 전력 상승보다 현대모비스 스스로의 안정화가 중요한 이유다. 이 보다 강한 우승 동력은 없다.
유 감독은 "하나 믿고 있는 건 우승 경험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있다. 시즌 초반을 잘 넘겨줬으면 한다. 우리가 더 철저해야 하고, 준비를 더 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승을 위해 유 감독은 '미치겠다'고 했다. 그는 "올 시즌 슬로건은 '크레이지'다. 지난해 우승으로 나부터 안주하는 듯한 정신자세를 가졌다. 달라져야 한다. 나와 선수들 모두 농구에 미치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현대모비스 훈련장에는 이대성이 붙여놓은 '54연승'이라는 문구가 있다. 최강의 팀이 안일함 없이 농구에 미치고 있다. '만수'와 선수단이 왕관의 무게감을 견디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