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엔 '버티는 자가 결국 성공한다'는 정설이 있다. 그 만큼 버티는 게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좋은 음악 콘텐트를 꾸준히 내놓으면 언젠가 빛을 보는 날이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강남 한복판에 번듯한 사옥을 올린 브랜뉴뮤직 수장 라이머(42·김세환)는 이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 리포터를 해서 번 돈으로 빗물 새는 지하 사무실 월세를 내며 음악 작업을 했던 그가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신사옥을 올리기까지 꼬박 17년이 걸렸다. 좋아하는 음악 일을 할 수 있었고, 사무실에 고인 빗물을 함께 퍼내며 서로 믿고 의지해준 회사 식구들이 있었기에 힘든 줄 모르고 달려왔다. 라이머와 시작을 함께한 오랜 식구들은 신사옥에서도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어 더 의미가 남다르다. 음악 작업을 하는 환경 등 외관은 화려해졌지만 초심은 잃지 않았다. 취중토크를 위해 브랜뉴뮤직 신사옥에서 만난 라이머는 "처음 브랜뉴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하는 기도가 있어요. 음악으로 더 많은 분들께 기쁨과 행복, 위로와 사랑을 주고 싶다고 기도해요. 브랜뉴뮤직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이루고 싶은 목표죠"라며 맥주를 시원하게 비워냈다.
-AB6IX에 대한 자체평가를 하자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팀이에요. 가진 것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우리 애들이지만 확실한 매력이 있죠. 다섯이 갖고 있는 분명한 끌림이 있어요. 그게 아티스트로서 중요한 자질이죠.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감사, 배려, 겸손을 갖추고 있고 본인들 스스로가 아직 부족하고 성장해야한다고 말해요. 순차적으로 증명해나갈 것이라 확신해요. 빌보드 핫100 차트 1위한 가수 리조와 작업했을 때도 미국 관계자들이 정말 좋아해주고 만족했어요. 현지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추천을 받아 리조와 협업한 작업물이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죠."
-프로듀서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비결이 있다면요. "돈을 보고 했다면 절대 안 됐을 거예요. 음악이 즐겁고, 같이 음악하는 과정이 즐겁고, 더 많은 음악을 여러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뻔한 말이지만 지금도 그게 진심이에요. 우리 아티스트들에게도 강조해요. 아티스트들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정확하게 약속한 것들을 지키면서, 제가 할 일을 직원들에 미루지 않고 직접 나서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길게 갖는 것도 정말 중요하고요. 그래야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오래 함께할 수 있어요."
-Mnet '쇼미더머니'(쇼미)나 '프로듀스'(프듀)시리즈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수혜를 얻은 것은 확실해요. 버벌진트, 산이가 다 잘 된 것도 '쇼미' 덕분이고, 워너원 출신인 이대휘 박우진이 속한 AB6IX도 '프듀'로 얼굴을 알린 게 맞죠. 두 프로그램 모두 아티스트들과 굉장히 대화를 많이 하고 결정한 거예요. '쇼미' 처음 할 때 마음은 한국 힙합 암흑기인 상황에서 힙합으로 방송할 수 있다는 자체로 필요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어요. 올바른 계기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힙합에 대해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프듀'는 시즌1이 잘 되고서 남자 편을 만든다고 하기에 아이들과 출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당연히 아이들이 잘 할 것이고, '프듀'에 나가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프듀'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앞설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어요. 솔직히 대휘가 편곡까지 다 맡은 '할리우드'라는 자작곡 무대로 경연을 시작했을 때 놀랐어요. 다른 회사들은 그런 준비를 안 했더라고요. 우린 방송 무대 준비하는 것 처럼 4개월간 연습했거든요."
-오디션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소속사 분쟁 등의 새로운 문제도 생겨났어요. "아이들과는 출연 전에 약속을 했어요. 굉장히 시간을 들여 대화를 많이 했죠. '이 프로그램 안 나가도 너네 한 팀으로 만들거고, 분명히 잘 되도록 만들거고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다. 너네가 나가는 것에 동의를 했으니 조금 더 좋은 시작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죠. 출연 결정한 이후엔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아이들과 수익 분배까지도 이야기했어요. 이 중 몇 명이 되면 수익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아이들 의견을 다 들어보고 소통을 통해 약속을 만들었죠. 소통의 시간이 그 어떤 회사보다 절대적으로 많아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배려하고 매사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해요."
-인정하는 가요제작자는 누군가요. "플레디스 한성수 대표님이요. 친해서가 아니라 정말 존경해요.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좋은 사람이에요. 문화나 음악을 깊이 사랑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제작자로서는 A&R의 감도 있고 무용과 출신이라 퍼포먼스에 대한 시야가 굉장히 넓어요. 솔직히 저만 해도 방송도 출연하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다른 제작자분들에 비해 일한 티가 많이 나잖아요. 하지만 한 대표님은 최근 프로듀서 출신 제작자가 각광받는 시대에, 정말 제작으로 성공하신 분이라 생각해요. 한 회사에서 솔로, 남자그룹, 여자그룹 다 성공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대형 기획사들도 전공분야가 있기 마련인데 쉽지 않은 거죠."
-SBS '동상이몽'에 출연한 이유는 뭔가요.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아내랑 좋은 추억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의미였어요. 시간을 빼서 데이트하기가 어려운데 촬영이 잡히면 그 시간 만큼은 이벤트를 하고 놀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출연 하고 보니 일은 일이긴 했지만요. 하하. 두 번째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었어요. 아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7년 간 SBS 기자 하다가 풍운의 꿈을 안고 회사를 나왔을 텐데 퇴사하자마자 저를 만나 결혼을 했어요.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결혼을 한거죠. 브랜뉴뮤직의 소속 아티스트이기도 한 와이프가 갖고 있는 재능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도 싶었고, 또 그런 경험이 아내가 꿈을 펼쳐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소속 아티스트로서 안현모의 장점은요. "많은 분들이 기자 출신이고 동시통역사로 많은 모습을 봐서 굉장히 딱딱하고 어려운 사람으로 볼 수 있어요. 사실은 굉장히 밝은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고 그 부분이 참 매력있죠. 어떤 틀이 있는 행사도 굉장히 좋지만, 자연스러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잘 맞을 것이라 봐요. 자리에 따라 잘 맞춰가는 사람이에요. 아내 또한 여러 자신의 콘텐트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죠."
-부부동반으로 밥솥 CF도 찍었죠. "감사하게도 동반 광고 제안이 와요. 제작자 입장에선 솔직히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소속 아티스트들을 챙겨줘야 하는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비춰질 수도 있잖아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주변 눈치가 보여요. 프로그램 나가고서 제일 신기한 일은 식당에 가면 뭐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한다는 거예요. 23년을 이 바닥에 있으면서 누가 나를 알아본다거나 말을 건다는 일은 없었는데 '동상이몽' 나가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요. 정겹게 대해주시니까 그저 감사할 뿐이죠."
-새로운 꿈이 있다면요. "물질적 욕심은 전혀 없어요. 지금까지 사업하면서도 '무얼 가져야지'라는 물욕을 가졌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뜬구름잡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온 거죠. 꿈도 거창할 수 있지만 비슷해요. 브랜뉴뮤직으로 더 많은 사랑, 기쁨, 위로를 전하기를 바라고 영적으로 존경받는 음악 리더가 되길 바라요. 물론 많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는 것 보다 존경받는 게 더 어려운 일이지만, 정말 조금 더 부지런하고 겸손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갖는 원대한 꿈이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