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가 꽃다운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25세의 일기 중 절반을 연예계에 몸담았던 고인은 화려한 셀럽의 삶 이면의 어둠으로 고통받다 끝내 눈을 감았다.
2005년 데뷔작으로 알려진 SBS '서동요'를 찍을 당시 설리는 만 11세였다. 수줍은 미소로 선화공주의 어린시절을 소화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각종 드라마와 영화로 발을 넓혔다. 2009년엔 걸그룹 f(x)(에프엑스)의 막내로 가요계 데뷔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팀내 최장신이자 비주얼 멤버로 무대 위에서 단연 주목 받았다. '라차타' '츄' '일렉트릭 쇼크' '첫 사랑니' 등의 히트곡을 만들어내다가 2013년 하반기부터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으며 2015년 8월 7일 그룹을 탈퇴했다. 배우로 전향한 설리는 영화 '리얼'에 출연하고 파격적인 베드씬을 선보였다. 에프엑스 활동 중에도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3), 영화 '패션왕'(2014) 등의 꾸준한 연기 행보를 펼쳐왔던 그의 용감한 선택이었다. 2018년 네이버 V라이브 예능 '진리상점', 2019년 JTBC2 '악플의 밤' 등 예능으로도 대중을 만났다. 최근엔 절친한 아이유 주연의 드라마 tvN '호텔 델루나'의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월엔 첫 솔로 싱글 '고블린'을 발매하고 자전적 가사를 썼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져야 하는지, 어떻게 비춰지고 싶은지 노래로 솔직하게 담았다. 우울하고 두려운 마음을 떨치자는 내용을 담아 '온더문'을 만들었다. 스스로를 '도로시'로 표현하고 낙원이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내기도 했다. 설리는 방송 외적으로 더욱 핫했다. 타고난 인플루언서의 면모로 일거수일투족을 이슈화했다. 공개열애도 망설이지 않았고, 친구들과의 사적인 모임도 공개하고 자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광고계에선 러브콜이 끊이질 않았다. 주얼리, 뷰티, 의류, 식품 등 솔로 전향 이후에도 꾸준히 브랜드 모델로 활약했다. 지난 12일까지도 화보 촬영에 임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설리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설리의 상처도 깊었다. 2014년 7월 루머와 악플에 시달려 방송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2016년엔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는 루머가 돌아 소속사가 부인했다. 이같은 유명세에 설리는 "악플 때문에 대인기피증까지 왔다. 골목으로만 다녔는데, 카메라가 다 달려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안 그런다"면서도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 해야 할 때가 많다.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언을 구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겉으로는 아닌 척 할 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설리는 지난 14일 성남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하다.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고 비통할 따름"이라면서 장례 절차는 유가족 뜻을 따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