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과 유아인이 설리를 먼저 떠나 보낸 것에 깊이 애도하고, 연예계 선배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악플러 근절을 위해 의기투합했고 더 이상의 안타까운 죽음은 없어야 한다며 실질적 대책마련에 나섰다. 일부 네티즌들도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자"는 의견을 내며, 정부에 악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더 이상의 악플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협회 차원의 강경대응을 알렸다. 지난 2016년 6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공동 주최·주관으로 '인터넷 바른말 사용하기'캠페인을 회원(사)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진행했지만 흐지부지 끝났던 것에 큰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속적인 선플 달기 운동이 이뤄졌다면 지금의 안타까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본 협회는 회원(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故설리의 안타까운 일에 직면했다.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사이버 언어폭력(악플) 및 악플러 근절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가 생전 악플과 루머 등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알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 자성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유아인은 "(본명인 최진리를 두고) '설리'라는 가면을 쓸 수밖에 없던 깨끗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모두가 버거운 이름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처럼 설리도 그렇게 살았다. 한편으로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용기를 꺼내며 위대한 삶을 살았다"고 기억했다. 또 숨은 대중으로서 설리를 오해하고 판단했던 과거를 반성했다. 주위에게도 "지금의 슬픔을 우리가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함께 고민하자고 손을 잡을 때다. 탓하지 말고, 후회 말고, 반성하자. 그리고 다시 손 내밀어 마음을 열고 서로 위로하고 함께하자. 다시 볼 수 없는 설리를, 그 이름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어린 후배의 죽음에 김동완은 쓴소리를 냈다.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다. 섹시하되 섹스하지 않아야 하고, 터프하되 누구와도 싸우지 않아야 하는 존재가 되길 원한다"고 지적하며 "많은 후배들이 돈과 이름이 주는 달콤함을 위해 얼마만큼의 마음의 병을 갖고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정신과 치료 목적의)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대형 기획사들의 안일한 대처는 접촉 없이도 퍼지게 될 전염병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전 절친했던 아이유의 과거 수상소감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샤이니 종현을 추모하며 "왜 그분이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고, 나 또한 전혀 모르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아서 아직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 다 너무 내일 일이 바쁘고, 한 달 후 걱정도 해야 하고, 1년의 계획도 세워야 하는 사람들이라서 그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보내주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더 슬프다"고 아티스트 입장을 대변했다. 이어 "기쁠 때 기쁘고 슬플 때 울고 배고플 때 힘없고 아프면 능률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내색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는 만큼 프로 의식도 좋지만 사람으로서 먼저 돌보고, 다독였으면 한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병들고 아파지는 일이 없었으면, 진심으로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며 내면의 상처를 안고 활동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을 위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규모있는 기획사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아티스트 멘탈 케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심리상담 창구를 마련하고 연습생 때부터 상담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정신과 상담을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학부모들도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 등에 힘써달라고 당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1년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기획사와 연계해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연예제작자 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한국매니지먼트 연합과 함께 연예인 지망생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교육을 개최했다. 청소년 연습생·연예인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심리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자리로, 문체부의 청소년 연습생 심리 상담 지원 프로그램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희 임상심리 전문가가 강단에 섰다. 심리전문가는 "감정노동자에 속하는 연예인들은 정작 자신들의 감정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준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심리센터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으로 그 파장이 상당히 크다. 자살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탈출구가 될 수 없으며 현재의 위치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