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이하 제작사)와 교섭을 벌였지만, 협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노조와 제작사가 가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근로 시간에 '이동 시간'을 포함하는지 여부다. 현재 '동백꽃 필 무렵'은 충남 보령과 경북 포항 등에서 촬영 중이다. 스태프들은 방송국 등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이동하고, 돌아온다. 노조는 근로 시간에 촬영지까지의 이동 시간을 포함해 1일 14시간을 주장하는 반면, 제작사는 이동 시간을 제외한 1일 16시간을 제시했다.
지난 7월 1일부로 방송업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받는 특례 업종에서 제외됐다. 이에 맞춰 지상파 3사·전국언론노조·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희망연대노조는 4자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상파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본래 9월까지 표준근로계약서 기준을 마련하는 게 목표였지만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17일에도 전체회의가 열렸다.
노조 측 관계자는 "인건비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임금을 명시화하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 근로시간도 우리는 12시간 근무, 12시간 휴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양쪽에서 조금씩 양보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표준근로계약서가 도입될 수 있게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백꽃 필 무렵' 사례에서 보듯이 지방 촬영의 경우엔 의견 합일이 쉽지 않다. 노조 측은 온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집합 시간부터 해산 시간까지를 근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작사 입장은 다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이동 시간까지 근무 시간에 포함하면 사실상 촬영이 불가능하다. 도착하면 세팅하고 끝이다. 촬영을 진행할 수 없다. 결국 지방 촬영을 줄이고 가까운 곳으로 수정해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