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준비한 결과물을 차례로 선보이게 됐다. 첫 스타트는 전공 장르 '로맨틱 코미디'로 끊는다. 스크린 열일 행보를 예고한 권상우(43)가 영화 '두번할까요(박용집 감독)'를 통해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007) 부터 '탐정' 시리즈까지 권상우와 코미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장르. 거기에 원조 멜로장인의 힘까지 더했다. 하고 싶었던 캐릭터,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용케 찾아낸 눈이다.
권상우는 '두번할까요'를 시작으로 11월 '신의 한 수-귀수편(리건 감독)', 내년 설 시즌 '히트맨(최원섭 감독)'을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로맨틱 코미디, 정통 액션, 코미디 액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연스러운 도전을 감행했다. "작품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덤볐던 시간. 18년 전 영화로 배우 인생에 첫 발을 내딛었던 권상우는 오랜시간 또 한편의 '영화 대표작'을 위해 달려왔다. 에너지와 일 욕심도 신인시절보다 넘쳐 흐른다.
결혼 후 가정을 '0순위'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아내와 아이들이 무엇보다 우선인건 권상우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새벽 축구를 보는 것이 취미 생활의 전부일 정도로 혼자만의 시간은 가족에 온전히 반납했다. 가족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안정적이라는 권상우에게 연기와 작품이라는 본업 외 다른 일은 불필요하다. 전성기 시절, 시대를 주름 잡았던 '한류배우 권상우'로 떨쳤던 이름이 또 어떤 의미있는 수식어가 붙게 될지 권상우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권상우 전공 장르로 돌아왔다.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작품이 관객들을 웃기면서 눈물도 흘리게 하는 작품이다. 맞는 책을 고르는건 쉽지 않지만,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나만의 방식 중 하나라 생각한다. 전작이 '탐정'이었기 때문에 코미디를 바탕으로 멜로 감성이 녹아든 작품이라면 좀 더 접근하기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선택에 고민은 없었나. "없었다. 시나리오가 워낙 연기하기 편하고 재미있게 읽히더라.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커피를 주문하기도 전에 일단 '하겠다'고 했다.(웃음) 내가 하고 싶었던 역할 중 하나였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저 역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특히 멜로는 연령대에 맞는 작품을 찾기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내 나이대 할 수 있는 적합한 이야기였다. 남녀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결혼도 중요한 숙제다. 나름 유쾌하게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혼식'은 사실상 판타지에 가까운 소재다. "'어떻게 찍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의외로 LED 전광판이 큰 역할을 해줬다.(웃음) '이 컷 하나로 충분히 납득도 되고 유쾌하게 풀 수도 있겠구나' 만족했다. 어색하지 않게 넘어간 것 같아 다행이다. 사실 이혼을 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면 매번 답하기도 좀 난감하지 않나. 아싸리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 영화가 잘되면 진짜 이혼식이 생길 수도 있고. 아름답게 헤어지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 하하."
-특별출연한 성동일도 큰 역할을 해줬다. "너무 감사하다. 나오는 신마다 재미있게 완성해 주셔서 '역시 선배님이다' 했다. 다른 배우가 했다면 그냥 흘러가는 신 중 하나가 됐을텐데 선배님은 다 살려주니까. '영화 빛내 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은 없더라. 하하. 그래도 라디오 같은데 나가면 아침 일찍이라도 듣고 늘 전화를 주신다. 아시다시피 선배님이 친한 배우들이 굉장히 많은데, 나와 선배님만의 무언가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쟤는 미스코리아 좋아해'는 개인사가 녹여진 대사다. "어차피 미코 출신 와이프와 결혼한거 세상이 다 알지 않냐. 그걸 굳이 분리해서 사는 것은 가식적인 것 같다. 그것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이고. 평소 삶도 특별히 다르진 않다. 애아빠이기 전, 나 권상우고 연예인이니까 선글라스 척척 끼고 엄청 연예인인척 굴면 그게 더 웃길 것 같다. 아이들이 가고 싶다고 하면 어디든 그냥 간다. 숨기고, 아닌 척 할 이유가 없다."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는 예고편이 공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에 흥행이 되면 유쾌한데, 안 되면 '괜히 여러 사람에게 추억이 있는 영화를 망치는 것 아닐까' 싶은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라도 잘돼야 할 것 같다.(웃음)"
-당시 이종혁도 기억하나. "당연하다. 그때 우리는 지금 필드에서 일하는 20대들과 달랐다. 종혁이 형도 데뷔한 영화였고, 나도 신인 때였다. 난 그 영화 찍고 '천국의 계단'도 촬영하러 가야 했는데 안 보내줬다. 다 같이 발목에 모래주머니 채워서 운동장 뛰게 하고 쌍절곤 연습하고 그랬다. 그 모습들영화에 그대로 녹아났고, 그래서 한동안 못 보다 봐도 동창회에서 친구를 만난 듯한 느낌이 있다."
-단역 배우로 출연했던 조진웅 컷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땐 단역 배우였는데 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내가 말도 많이 걸고 그랬다. 그걸 고맙게 생각해 주신 것 같다. 방송에서 이야기 한걸 봤다. 아쉽게도 그 이후 영화에서는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뵙고 싶다."
-'권상우 소라게'는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져 화제다. "나도 봤다. 근데 라이센스는 나한테 안 들어오더라. 으하하하. 배우나 가수나 알려진 사람들은 결국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줘야 좋은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다시 회자되는건 즐거운 현상이다. 다만 그 신은 사람들이 몰려 드는 용평스키장에서 촉박한 시간 제약에 애드리브성으로 연기해 칭찬 받았던 장면이다. 십 수년 뒤에 소라게로 볼 줄은 몰랐다.(웃음)"
-권상우 필모그래피의 대표 장면들이다. "기분 나쁜 지경은 아닌데. 하하. 새롭게 나오는 작품들로 주목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3주 뒤에 '신의한수-귀수편'이 또 개봉한다. '귀수' 무대인사'를 다닐 때 옆 관에서 '두번할까요'가 상영되고 있다면 몰래 찾아가 두 번 무대인사를 하는 것이 내 목표다. 나에게는 재도약의 시기다. 열심히 했으니까 어느 정도는 그 마음을 느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