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송명근. [사진 한국배구연맹]"송명근을 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다." 20일 OK저축은행전을 마친 프로배구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알던 그 송명근이 돌아왔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송명근의 활약을 앞세워 개막 2연승을 질주했다.
OK저축은행은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우리카드와 홈 개막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5-23, 29-27. 18-25, 25-17)로 이겼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6일 삼성화재(3-1 승)전에 이어 2연승했다. 아직 두 경기지만 최근 몇 시즌 동안 가장 좋은 출발이다.
적장 신영철 감독의 말대로 송명근의 활약이 눈부셨다. 송명근은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25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68.96%나 됐다. 외국인 선수 레오 안드리치(20점)가 다소 흔들렸지만 송명근이 확실히 무게중심을 잡았다. 특히 마지막 4세트에서 활약이 눈부셨다. 송명근은 14-11에서 강스파이크 서브로 에이스를 만들었다. 다음 서브는 짧게 넣었고, 상대 리시버 앞에서 떨어졌다. 16-11. 이것으로 사실상 승부의 추가 OK저축은행 쪽으로 기울었다. 서브득점은 4개. 송명근은 "요즘 팔 스윙 느낌이 좋아서 서브 토스만 어느 정도 올라가면 '포인트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20일 안산 우리카드전에서 환호하는 OK저축은행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송명근은 "이겨서 좋지만, 준비한 대로 경기가 풀려서 더 좋다. 수비와 연결도 잘 됐다"고 웃었다. 이날 경기의 또다른 승부처는 2세트였다. 18-22로 뒤지고 있던 OK저축은행은 끝내 추격해 듀스로 끌고 간 뒤 승리했다. 송명근 서브 타임에서 에이스 하나를 포함해 3점을 따라붙은 게 결정적이었다. 송명근은 "지고 있다가 뒤집어서 더 좋다. 비시즌에도 연습경기 때 역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점수가 벌어졌을 때 이기는 재미가 생겼다"고 했다.
2013-14시즌 OK저축은행 창단 멤버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송명근은 입단 첫 해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세터 이민규·윙스파이커 송희채(현 상섬화재)와 함께 팀의 주축선수로 발돋움했다. 14-15시즌엔 시몬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고, 챔프전 MVP까지 거머쥐었다. 15-16시즌 올스타전에선 서브킹을 차지하는 등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2019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기량발전상을 받은 송명근. [사진 한국배구연맹]하지만 양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송명근은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16-17시즌엔 부상 여파로 1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2연패의 주역이었던 시몬이 떠난 뒤에는 2년 연속 최하위로 팀도 추락했다. 송명근은 매년 "올해는 다르다"는 말을 곱씹으며 독기를 품었지만 팀도, 송명근도 살아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엔 주장까지 맡았지만 주전에서도 밀려나고 말았다. 송명근은 "주장도 처음 맡았고, 외국인 선수(요스바니)가 공격형 레프트라 나는 수비형 레프트를 처음으로 해야했다. 여러 부담감이 겹쳐서 힘들었다. 올해는 잘 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돌아가서 나도 신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개막 전 열린 컵대회에서 부활의 나래를 펼쳤고, 리그 개막 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은 송명근에 대해 "수술 뒤 2, 3년이 지났다. '부상 얘기를 하면 핑계다. 핑계를 대지 말라'고 했다. 연습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강하게만 밀어붙인 건 아니다. 감독과 선수지만 소통했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나는 이걸 원하다'라는 식으로 대화를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결혼했는데 네가 못 하면, 아내가 힘들다"며 분발을 유도하기도 했다. 송명근은 "비시즌 동안 감독님이 내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수비와 블로킹 등 내게 시간을 많이 투자해주셔서 연습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