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은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는 '공효진이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 무엇이 다른지'와 같은 질문이 있었고 미혼모 역할이라는 점 때문에 '고맙습니다'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효진은 "동백이라는 캐릭터가 그동안 보여준 내 모습에서 상상할 수 있는, 연장선에 있는 인물이라 많이 고민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편견 없이 봐달라"고 당부했다.
반환점을 돈 현재 '동백꽃 필 무렵'은 첫 방송 시청률보다 2배 이상 오르며(7.4%→14.9%,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인기를 얻고 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에서도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주요 촬영지인 경북 포항 구룡포 근대역사문화거리는 드라마가 전파를 탄 이후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닿았다. 드라마 포스터를 촬영한 계단과 극 중 공효진의 집 앞, 까멜리아로 사용하는 건물 등이 포토존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단 보라'던 공효진의 자신감이 통한 것.
또 다른 숙제였던 전작 캐릭터와의 차별화도 문제없었다. 공효진이 연기하는 동백은 혼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지역에서 술집을 운영하며 김강훈(강필구)을 키워낸 미혼모.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구박하는 시장 상인들 앞에서 제대로 문장을 끝맺지 못할 만큼 소심하지만, 동시에 술에 취해 손목을 잡는 취객에겐 "이 안에 제 손목 값, 웃음 값은 없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잠재된 걸크러시가 있는 인물이다. 강하늘(황용식)을 만난 뒤 까멜리아 치부책을 꺼내 오정세(노규태)를 고소하려 하고, 김지석(강종렬)에게 숨겨진 맹수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또 강하늘을 밀어내고 밀어내다가 기쁨에 겨워 자기가 먼저 뽀뽀하고는 "네 탓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랑스러움까지 장착했다.
차영훈 PD는 "공효진을 염두에 두고 대본이 만들어졌다. 공효진의 여러 모습이 실제로 대본에 많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백에게서는 공효진의 여러 캐릭터가 보인다. '고맙습니다'(2007) 이영신의 모성애, '파스타'(2010) 서유경의 어수룩한 사랑스러움, 영화 '미쓰 홍당무'(2008) 양미숙의 저돌적인 모습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캐릭터다. 그렇지만 식상하거나 뻔하지 않다. "공효진이 마음대로 해도 동백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는 차영훈 PD의 말처럼, '동백꽃 필 무렵' 속 공효진은 동백 그 자체다. 공효진의 연기 스타일이 바뀐 것도 억지로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연예계 관계자는 "공효진은 자연스러운 생활 밀착형 연기를 하는 배우다. 동시에 눈빛과 말투, 몸짓, 걸음걸이, 분위기 등 디테일에도 강하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하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공효진 '드라마 불패 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눈사람'(2003)부터 '질투의 화신'(2016)까지 매 작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동백꽃 필 무렵'도 로맨스·휴머니즘·스릴러의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 임상춘 작가의 필력, 설렘과 긴장 모두 극대화하는 차영훈 PD의 연출력, 옹산이라는 지역에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이 생생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시너지를 내며 하반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방송가에서는 '동백꽃 필 무렵'이 올해 KBS 주중 드라마 최고 시청률(왜그래 풍상씨, 22.7%)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