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다시 낮춰 ‘역대 최저’ 금리 연 1.25%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또 한 번의 금리조정에 들어가야 할 상황에 맞닥뜨렸다.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실적 잔치는 끝났다는 ‘앓는 소리’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 1.67%에서 올 2분기 말 1.61%로 하락했다. 4대 은행만 봐도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의 2분기 NIM은 1.49∼1.70으로, 1분기(1.52∼1.71)보다 상단과 하단이 각각 0.01%포인트, 0.03%P 떨어졌다.
7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반영하면 3분기 말 NIM은 1.5% 안팎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7월에 이은 10월 금리 인하로 은행권 NIM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경기 부양 측면에서 추가 금리 인하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어 은행은 저성장·저수익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등장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수신·대출금리가 모두 떨어지면서 은행의 이자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을 늘려 수익성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업 대출, 특히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8월 405조178억원, 11월 415조4884억원, 올해 2월 418조8171억원, 5월 426조9055억원, 6월 428조8491억원, 7월 431조4008억원, 8월 434조51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의 확대는 정부 정책, 기업과 은행의 요구가 맞아떨어진다.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대출 등 금융지원을 적극 권장해왔고,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P 높이고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P 내리기로 하면서, 은행들이 예대율 가중치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마냥 늘리기는 어렵다. 대기업들은 은행에서 자금 조달을 하지 않고 있고,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경쟁이 심한 데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올들어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은행 상반기 이자이익만 20조원…"실적 잔치 꺾이지 않을 것"
NIM 하락에 더해 마땅한 수익원도 찾지 못한 은행권의 이익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업황부진에 따른 실적악화의 칼날이 유일하게 빗겨간 은행들의 ‘실적 잔치’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3000억원)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이자이익만 20조원 가량을 벌어들인 데다, 금리 하락에 따라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치가 올라가면서 비이자이익도 1조원 증가했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5조7123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익의 80.09%에 달했다. 국민은행이 1조3051억원의 가장 많은 순익을 냈고, 신한은행(1조2818억원), 우리은행(1조2460억원), 하나은행(1조338억원), 농협은행(8456억원)이 뒤를 이었다.
주력계열사인 은행의 호실적에 힘입어 5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성적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금융그룹 1·2위 실적을 올린 신한·KB금융은 각각 1조9144억원, 1조8368억원의 순익을 거뒀고, 3·4위를 차지한 하나·우리금융은 1조2045억원, 1조1790억원이었다. 농협금융의 순익은 9971억원을 기록, 농협금융 출범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KB금융도 2분기로는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우리금융의 순익은 경상 기준으로 상반기 최대 수준이었고, 하나금융은 상반기에 이자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합한 ‘핵심이익’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올해 연간 기준 11조원대 실적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다만 여전히 주요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에 실적을 기대는 측면이 크고, 증권·보험·카드 등 다른 계열사의 수익이 은행에 비해 크게 못 미쳐 새로운 먹거리 찾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