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 주연배우 정유미와 공유의 진심이다. 이미 숱하게 쏟아져 나온 맹목적 비난과 저격, 졸렬한 악플과 평점 테러는 영화 제작과 개봉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하지만 개봉 후 실관람객들이 전할 평가와 이야기의 방향성은 함부로 예측하기 힘들다. 물론 영화를 '직접 관람' 했다는 전제 조건이 반드시 깔려 있어야 한다. 역시 의견대립을 피할 수 없다면 보다 건강한 토론의 장이 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유미가 영화의 타이틀롤 김지영, 공유가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 역을 맡아 세번째 호흡을 맞췄다.
'82년생 김지영'의 주목받는 가장 큰 포인트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 다큐멘터리 뺨치는 디테일함에 숨이 막힐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100% 공감을 바라는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공감의 주체를 어떤 성별로 한정 짓지도 않는다.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자의 상황과 삶을 중심에 두고 그리지만 그 주변엔 가족, 동료라는 또 다른 인물들이 있다.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고, 남자가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성별논쟁과 대립은 오히려 '82년생 김지영'과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유다. '영화를 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정유미와 공유 역시 이해를 바탕으로 각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인 지영을 연기한 정유미는 일상을 살아가는 담담한 모습부터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을 알아가며 뜨거워지는 감정을 통해 극의 중심을 이끈다.
공유는 지영을 걱정하며 지켜보는 남편 대현으로 분해 전작에 비해 한층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또한 관객들의 눈물 버튼이 될 엄마 미숙 역의 김미경, 언니 은영 공민정, 동생 지석 김성철, 아빠 영수 이얼 등 지영의 가족들은 현실감 넘치는 호흡으로 전 세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전망이다.
'82년생 김지영'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단순히 웃고 떠들고 즐길 수 있는 팝콘 무비가 아닌 것도 맞다. 누군가는 '에이, 영화네' 하면서 영화관을 나서자마자 머릿 속에서 지워내 버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하루종일 나와 내 주변인들을 되돌아 볼 수도 있다. 어떤 결과를 자아내든 한번쯤 이야기 해볼만한, 가치있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폄하가 아닌 의견은 무엇이든 마음 넓게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