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극 '조선로코-녹두전'에서 배우 강태오는 원작 웹툰엔 없는 차율무 역을 맡았다. 조선판 '요섹남'(요리를 잘하는 섹시한 남자)으로 김소현(동동주)의 과거를 알고, 항상 곁에서 지켜주는 순정남. 여장에 도전한 장동윤(전녹두)이 초반 화제성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 속에서 강태오는 심심한 캐릭터로 남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방송 4주째 시청자의 뒤통수를 때리는 커다란 반전이 공개됐다. 그저 한가한 종친으로 알려졌던 강태오가 사실은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이라는 것. 늘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강태오가 어린 영창대군을 죽인 증거를 내놓으며 "나를 이 나라의 왕으로 만들라"고 하는 장면은 강태오의 비릿한 조소와 함께 큰 임팩트를 남겼다. 얼굴과 옷에 피를 묻힌 채 아무렇지 않은 듯 활짝 웃는 모습은 권력에 실성한 자 그 자체였다. 강태오는 한국보다 베트남에서 먼저 알아본 스타다. 한국·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에서 주연을 맡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베트남 프린스'로 불리며 양국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한국에서는 '최고의 연인'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 일일극과 주말극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반전이 공개되기 전에 보여준 로맨스 연기는 강태오의 강점 중 하나였다. 김소현이 어릴 때 살던 집을 지켜주고, "낭자라고 불러보고 싶었다"고 애틋한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나 박다연(황앵두)에게 육전을 해주는 모습으로 '서브 남주 앓이'를 유발했다. 장동윤의 기습 뽀뽀를 받은 뒤 그를 필사적으로 피해 다니는 장면에선 숨겨둔 코믹 잠재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권력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는 악랄한 모습까지 보여주니 '강태오의 재발견'이라는 호평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다. 자신의 앞길을 막는 과부 송채윤(민들레)을 왜 죽였냐는 질문에 "가치를 다한 것은 사라지는 것이 순리에 맞다"며 서늘한 면모를 드러냈다. 이렇게 숨김없이 본색을 드러내면서도, 김소현을 향한 일편단심만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듯 양극을 오가는 캐릭터의 온도 차를 목소리와 눈빛으로 매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강태오의 활약에 힘입어 장동윤·김소현의 로맨스보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던 정치 서사가 살아났다. 마치 서로 다른 드라마처럼 평행선을 타던 두 줄기가 강태오의 흑화로 인해 얽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장동윤의 여장 이슈가 잠잠해지면서 주춤한 드라마 화제성에도 다시 한번 탄력을 주는 승부수가 됐다. 강태오가 인조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포털 사이트에는 '능양군' '인조' 등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여러 커뮤니티에서도 반전이 화제가 됐다. 시청률도 6%대를 회복하는 등 드라마 후반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