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서울 소공동에 문을 연 롯데리아 1호점이 그 출발점이었다. 이후 40년 세월 동안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양적 팽창을 이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6052개로 인구 100만명당 70개였다.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미국 3000여 개, 일본 1339개와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가맹점 당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외국은 하나의 브랜드가 수십년 씩 같은 음식으로 전통을 이어간다. 하지만 한국은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나친 이익 추구와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비정상적인 성장을 했다.
일간스포츠가 음식문화를 평론하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를 만나 한국 프랜차이즈 40년을 되짚었다. 그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거의 도박"이라면서 평범한 국민인 가맹점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 1호 프랜차이즈가 어딘가. "1979년 서울 소공동에 문을 낸 롯데리아가 한국 첫 외식 프랜차이즈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당시 국내 외식 수준으로 볼 때, 공통된 메뉴얼과 시스템을 갖추고 외식 프랜차이즈를 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1980년)에 오비베어가 문을 열었는데 외식보다는 오징어와 땅콩, 노가리 등 비교적 저렴한 안주와 맥주를 주로 팔았다. 지금도 을지로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음식을 전문적으로 팔고, 메뉴얼을 제대로 갖춘 프랜차이즈를 꼽는다면 롯데리아다."
- 프랜차이즈에서 메뉴얼이 중요한 이유는. "메뉴얼은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간판만 같은 것을 붙이고 비슷하게 꾸며놨다고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동일한 매장과 서비스, 조리법, 음식 배치, 맛까지 모든 점포마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이 같아야 프랜차이즈다. 그러려면 우선 매뉴얼 북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메뉴얼에 따라서 주방과 홀, 매장이 운영이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메뉴얼북을 어느 곳이 가장 먼저 갖췄는가, 그것이 포인트다."
- 한국에 프랜차이즈가 자리잡은지도 올해로 40년째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는 들어오자마자 곧장 과열됐다. 먼저 1970~1980년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박정희 정부 때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농민이 도시로 나왔다. 다른 나라는 농민이 노동자로 변하는데 200년이 걸렸는데, 우린 30년만에 했다. 노동자가 팽창하는 만큼, 정부의 육성 지원 아래 외식시장도 커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노동자의 음식'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도 늘어났다. 8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맥도날드, 피자헛 등 외국 프랜차이즈가 모두 다 들어왔다. 전세계가 호황이었다. 너도나도 가게를 열었다."
-양적으로도 팽창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여러 아이템과 브랜드를 남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은 본사가 프랜차이즈를 잘만 하면 목돈을 챙겨간다. 한국 시장에서 가맹점 100개 만드는 거 쉽다. 본사는 여러 브랜드를 하다가 잘 안되면 접으면 그만이다. 한개의 본사가 20여 개의 브랜드를 하다가 좀 될 것 같으면 하고 아니면 닫는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점주가 돈을 대고 하는 사업인데, 가맹점주만 망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본사가 유행따라 여러 브랜드…피해는 가맹점주가
- 본사가 여러 브랜드를 거느리는 것이 왜 문제인가. "본사는 하나의 아이템을 지속해서 가야 한다. 외국의 프랜차이즈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수십년 운영한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롯데리아도 40~50년씩 한 가지 주 메뉴를 다루지 않나. 이런 경우 가맹점주들도 프랜차이즈에 안정적으로 투자한다. 반면 한국은 아이템을 남발해서 1~2년 만에 떴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하나의 브랜드가 몇 십년은 가야 투자한 사람들이 먹고 산다. 그래야 프랜차이즈 사업이 할만 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8년 기준 가맹산업 현황에 따르면 브랜드 10개 이상을 등록한 가맹본부는 5곳이었다. 1위는 백종원이 운영하는 더본코리아로 20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놀부 18개, 이랜드파크 14개, 디딤 13개 순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2017년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새로 문을 연 숙박 및 음식점업의 1년 생존율은 60.9%, 반면 5년 이상 생존율은 18.9%였다.)
- 프랜차이즈 음식도 유행을 탄다. "그동안 유행했던 음식들이 얼마나 많나. 패스트푸드 인기 이후에는 지역 향토 음식을 아이템으로 불러오기 시작했다. 90년대 찜닭 인기가 엄청났다. 1년 만에 브랜드 숫자만 50여 개까지 늘어났다. 서로 아이템을 베낀다. 2000년대는 일본과 홍콩 등 해외에서 먹어본 것들이 들어왔다. 카스테라, 흑당까지…. 6개월 정도 지나면 인기있던 음식도 낡은 아이템이 된다."
- 유행 속도도 빨라졌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이템 하나만 달랑 들고 본사를 차린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거의 도박이 됐다. 심지어 프랜차이즈로 만들 필요가 없는 음식도 만든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왜 필요하나. 가래떡에 고추장, 육수를 더한 떡볶이는 양념이 특별하지 않다. 이런 음식까지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 오래 가는 브랜드는 다르다. 당장 롯데리아만 봐도 갑자기 햄버거 말고 김밥이나 떡볶이 브랜드를 내지 않는다."
-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최근 10년간 외식 시장 통계를 살펴보면, 외식 업체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외식업의 총 규모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포만 계속 늘어났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가 없다면 지금과 같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가 프랜차이즈 본사가 1년 동안 1개 직영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을 때 가맹점 모집 사업자 자격을 주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소한 본사가 그 아이템으로 매장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달 가맹점주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생애주기 전 단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을 할 수 있는 사업자 자격을 1개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
나는 미식가 아닌 음식을 취재하는 사람
- 조금 화제를 돌려보자. 평소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 이웃 도시인 거창 지역에 있는 거창고등학교의 '10계명'을 인상 깊게 들었다. 이후 그 중 10번째인 '단두대가 있는 곳으로 가라'는 내가 가는 인생의 기준이다. 마음 속에 잃을 것이 없으면 모든 생각과 말, 행동이 자유로워진다. 눈치도 안 본다. 한국 사회는 무언가를 할 때 두려워하게 한다. 적당하게 눈치 보고, '튀지 마. 적당히 해'라고 한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같은데 할소리도 안하고 살아야 하나.(웃음)"
- 직언 때문에 욕도 많이 먹는다. "요즘 유튜브를 하는데 댓글창이 대부분 악플이다.(웃음) 온라인에서 다들 서로 교류하나보다. '치킨 맛없다'고 하면 다들 몰려온다. 비평 영역은 원래 욕먹는 사람들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자본은 자기를 포장하고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는 쉽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일 하는 사람이 나 같은 비평가다. 소비자의 이익이 되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러면 자본 쪽은 나를 싫어하겠지. 갈등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 악플도 당연하다고 본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지."
- 황교익에게 백종원이란. "현명한 외식사업가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사업이 번창할 수 있는지 동물적인 감각으로 안다. 백종원씨 브랜드 음식은 서민의 저렴한 음식이다. 하지만 맛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고객이 찾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들을 잘 알고, 마케팅도 잘 한다. 그처럼 뛰어난 감각을 가진 사업가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앞으로 제2의 백종원은 나오기 힘들다. 그는 사회적·경제적 자본을 갖고 있는 독특한 케이스다."
- 행복한가. "그럴리가 있나. 지금 한국 상황을 봐라. 행복한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행복을 내 개인의 범위로 좁힌다면 행복하다.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내 할소리 다 하고, 기죽지 않고…. 나야 내 인생을 멋대로 사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