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종옥(55)이 MBN, 드라맥스 수목극 '우아한 가(家)'를 통해 34년 배우 인생에서 2순위로 꼽을 수 있는 인생작이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드라마 불모지'로 불렸던 MBN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16일 16회 8.478%)을 갈아치웠다. 드라마·예능을 통틀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그 중심을 이끈 건 단연 배종옥이었다. 한제국이라는 캐릭터로 분한 배종옥은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냉철한 탑(TOP)의 리더로서 MC그룹을 이끌었다. 최후의 순간을 맞을 때까지도 배종옥은 그 품위를 잃지 않았다.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한제국 캐릭터는 본래 남성이다. 그러나 막판 여성으로 바뀌었다. 결론적으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MC그룹의 추악한 흠을 지우는 물밑의 킹메이커들이 모인 탑의 헤드로서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곤 했다. 이 모습이 촘촘하게 그려지는데, 배종옥은 여유로운 손짓과 미소, 눈빛으로 표현해냈다. 제2의 전성기라고 일컬을 만큼 배종옥의 힘은 컸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드라마 현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때 마지막 방송을 압구정 CGV에서 봤는데 느낌이 색다르더라. 같이 모여서 보는 게 좋아서 '라이브' '지정생존자' 때 다 그렇게 했다. 이번에도 같이 모여 봤다. 드라마의 퀄리티가 워낙 좋아서 극장에서 봐도 전혀 뒤지거나 그런 부분이 없더라. 현장 장비도 좋고 영화처럼 현장 시스템도 좋아졌다. 이번에 '우아한 가' 찍을 때 카메라가 동시에 세 대씩 돌아갔다. 훨씬 각도 다양하고 화면도 깊이감이 있더라. 앞으로 드라마 환경이 더 좋아질 것 같다."
-연기 인생에서 '우아한 가' 한제국을 몇 순위로 꼽을 수 있나. "내 연기 인생에서 1순위, 2순위에 대한 의미를 굳이 따지자면 1순위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얻었던 도시적인 이미지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왔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제국이란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하반기 계획은. "11월에 잠시 미뤄뒀던 장기 여행을 가려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휴가가 될 것 같다. 연극 '꽃의 비밀' 공연을 또 한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연습하면서 공연하며 그렇게 연말을 보낼 것 같다.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다른 캐릭터에 녹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 코미디 배우고 코미디를 잘한다고 하면 앞으로 예능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로 쉴 때 무엇을 하나. "시간 날 때 운동하고 영화를 많이 본다. 영화 보는 거 좋아하고 여행을 많이 다닌다. 철저하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엔 일에 치우쳐져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애에 대한 생각은. "나이 들수록 관심이 없어진다. 예전에 어렸을 때 55살 먹은 언니가 있었는데 좋은 남자가 있어서 '소개받을래?' 물었더니 언니가 '나 이제 백마 탄 왕자가 와도 싫다'고 하더라. 그 말을 그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내가 그렇다. 내 시간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어디선가 읽었는데 더 좋은 삶을 위해서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OK지만 외로워서 누군가를 찾는 건 옳은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 맞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