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한 마디였다. 유상철(48)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34라운드 성남FC전을 1-0 승리로 마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그렇게 약속했다. 건강상 문제로 인해 성남전을 마친 뒤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유 감독의 진심이 담긴 약속이었다. 눈물바다가 된 선수들을 "돌아오겠다"는 단단한 한 마디로 달랜 유 감독은 병원에 입원해 검사와 치료를 받고,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19 35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약속대로 일주일 만에 선수단에게 돌아왔다.
경기를 지켜보는 유 감독의 표정은 시종일관 담담했다. 지난 성남전에서 초췌한 안색으로 힘겹게 경기를 지켜보는 유 감독의 모습과, 강등 경쟁 속 값진 승리를 따낸 뒤 오열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TV 중계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건강악화설이 불거졌다. 그의 건강 상태에 관한 각종 추측과 루머가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인천은 전달수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 유 감독의 입원 사실을 알리며 추측성 보도에 대한 자제를 부탁했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고, 퇴원해서 경기장을 찾은 유 감독은 언제나처럼 웃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았고 침착하게 경기를 치렀다. 오히려 적장이자 절친인 이임생(48) 수원 감독이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유 감독은 "(이)임생이가 덩치는 큰데 마음은 여리다"며 "감정이 풍부해 눈물이 많은데 친구 걱정을 많이 했나보다. 걱정해줘서 고맙다"며 그저 웃었다.
눈시울을 붉힌 건 이 감독만이 아니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채운 1만1132명의 팬들은 유 감독의 쾌유를 비는 수많은 플랜카드와 함성으로 그를 독려했다. 유 감독의 현역시절 등번호 6번을 의미하는 전반 6분에는 돌아온 유 감독의 건강을 바라는 뜻에서 박수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선수들은 극장골로 마음을 전했다. 이날 수원에 선제골을 내주고 내내 한 골차로 끌려가던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터진 명준재(25)의 극적인 골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추가했다. 같은날 열린 '강등 라이벌' 경남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2-2 무승부로 끝나면서, 인천은 이 극장골로 10위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경기 후 김호남(30)은 "감독님이 건강하게 돌아오시겠다던 약속을 지키셨다. 이제는 우리가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강조했다. '인천의 축구'로 반드시 잔류에 성공하자는 약속이다. 김호남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흔히들 공동체를 결집시키는 방법으로 '외부의 적'을 꼽곤 한다. 공동체 밖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공동체의 구성 인원이 하나로 단결해 위기를 극복하는 건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통해 검증된 생존 방식이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등이라는 생존의 위기 속에서, 강등권에 있는 서로를 '외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잔류를 위해 똘똘 뭉쳐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올 시즌도 강등권 팀들은 외부의 적인 서로를 제치고 살아남기 위해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한 혈투를 벌이는 중이다. 다시 한 번 '생존왕'에 도전하고 있는 인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 감독의 건강악화설이 불거진 뒤, 그와 선수들이 나눈 굳건한 약속은 외부의 적보다 더 강하게 팀을 결집시키는 제3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돌아오겠다"는 약속, "잘하겠다"는 약속이 모두 지켜질 때 인천의 생존도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