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건 '공인구'다. 1mm의 실밥 높이와 약간의 반발계수 차이가 홈런 하나, 삼진 하나를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프리미어12 공인구 공식 공급업체는 일본 사사키(SSK)다. 4년 전 열린 1회 대회에선 일본 미즈노사(社)에서 만든 '미즈노 200'이 공인구로 사용됐다. 그러나 대회 주관사인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지난 4월 SSK와 공인구 계약을 했다. SSK는 이번 프리미어12와 2020년 도쿄 올림픽, 2020년 야구월드컵까지 공인구 공급을 책임진다.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은 '사사키사(社)'를 칭하는 'SSK CORPORATION' 로고가 박힌 공으로 훈련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SSK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의미하는 OEM 방식으로 공을 제작한다. 프로야구 공인구 공급업체인 스카이라인이 운영하는 스리랑카 공장에서 공을 만들고 표면에 SSK 로고를 찍는 방법이다. 스카이라인은 2016년부터 KBO리그 공인구 독점 공급업체라 국내 선수들에겐 익숙하다. 적응에선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2019시즌 KBO리그 공인구(AAK-100)와 판에 박은 듯 같은 건 아니다.
KBO 관계자는 "똑같은 공은 아니라고 하더라. SSK가 공을 공인해서 납품하는 건데 원하는 스펙이 있어 맘대로 못 바꾼다"며 "지난해보다는 반발계수가 낮고 올해보다는 높은 수준이다"고 했다. KBO 리그는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에 손을 댔다. 기존 0.4134~0.4374에 형성되던 반발계수를 0.4034~0.4234로 조정했다. 그 결과 1756개였던 리그 홈런이 1014개로 확 줄었다. 만약 AAK-100과 프리미어12 공인구가 같다면 대회가 '타저투고'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이 똑같다. 변화가 없다"고 말한 박종훈(SK)처럼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 선수도 있지만, 다른 의견을 제시한 선수가 적지 않다.
고우석(LG)은 "공이 딱딱하다. 약간 작은 느낌도 든다"고 했다. 최정(SK)은 "특유의 일본 공 느낌이 있다. 뭐라고 딱 설명하기 어려운데 우리나라 공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고 말했다. 황재균(KT)은 "딱딱하고 잘 나간다. (반발계수를 조정하기 전인) 지난해 공인구랑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딱딱하다'는 얘길 많이 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국내에서 쓰던 공보다 잘 나간다는 얘길 선수들이 하는 것 같다. 공을 만져보니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딱딱한 느낌이다"고 했다. 딱딱하다는 건 곧 타구가 멀리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KBO 관계자는 "아무래도 올해보다는 타구가 잘 나가니까 선수들이 그런 느낌(잘 날아간다)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공인구 공급업체는 국제대회마다 다르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미국의 롤링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대만 아마야구 공인구인 브렛이 공인구로 사용됐다. 따라서 항상 국제대회를 앞두고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적응'이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선 SSK가 관심거리다. KBO 리그 공인구와 유사하지만 100% 같진 않아서 그 결과가 더 흥미로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