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감쪽같은 그녀(허인무 감독)'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허민무 감독과 나문희, 김수안이 참석해 영화를 처음 소개하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감쪽같은 그녀'는 72세 꽃청춘 말순(나문희) 할매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김수안)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막히고 수상한 동거를 그린 영화다.
허인무 감독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한 자리에 만나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유쾌함과 뭉클함을 찾아보자'로 시작했던 작품이다"며 "오로지 두 배우와 캐릭터에 집중하고 싶었고, 아련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허인무 감독이 그려낸 새로운 가족 세계는 나문희와 김수안이 함께 그렸다. 허인무 감독은 "'나문희 캐스팅 만큼은 양보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참여해 주셔서 시작부터 좋았다. 무림의 고수처럼 신을 평정해 버리시더라"며 존경심을 표했고, "김수안은 '아역'이라는 단어를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한번도 '아이와 작업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일 매일 선물 같았다"고 극찬했다.
이번 영화에는 극중 공주의 담임 선생님으로 천우희가 깜짝 특별출연한다. 허인무 감독은 "어떻게 보면 선생님이라는 분들이 얼굴을 가장 많이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 가 싶다. 학생과 가족을 대할 때, 연애를 할 때 다 다를 것 같은데 천우희 배우가 능청스럽게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줬다.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나이스하게 표현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나문희는 극중 생전 처음보는 손녀와 하루 만에 동거를 시작하는 철부지 할매 말순을 연기한다.하루아침에 이팔청춘으로 몸이 바뀌어 버린 '수상한 그녀'(2014) 욕쟁이 할매,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신고를 밥 먹듯이 넣는 민원 왕 도깨비 할매에 이어 진정한 꽃청춘 할매의 컴백이다.
올해 데뷔 59년 차 배우 나문희는 현재까지도 영화는 물론, 드라마, 연극, 뮤지컬, 광고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할매'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남다른 연기 내공으로 완성시킨 코미디 연기를 통해 각종 유행어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1020세대까지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나문희는 '감쪽같은 그녀'를 통해 관객들과 다시 만나게 됐다. 동네를 주름잡으며 나 홀로 라이프를 즐기던 말순의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모습부터 갑자기 나타난 손녀 공주와 티격태격하는 모습,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까지 웃음과 감동을 아우르는 연기로 또 한번 '나문희표' 존재감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 영화를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내가 좀 아팠다"고 운을 뗀 나문희는 "그래서 마음이 많이 외로웠는데, 이 책의 이야기도 외로움을 담고 있어 '내가 표현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힘을 얻었고 꼭 해보고 싶어서 출연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전작에서는 주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는 세월이 흘러가는대로, 무심히 살아가는, 아주 자연스러운 할머니 그 자체를 연기했다"며 "연기에 특별한 중점을 두지도 않았다. 수안이하고 감독님하고 셋이서 많이 만났는데, 그때 그때 '이게 나인가보다' 하고 연기했다"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나문희는 '꽃할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남다른 패션 센스를 선보인다. 이는 실제 나문희 모친의 의상을 협찬(?)받은 것이라고. 나문희는 "어머니가 98세인데 아직 살아 계신다. 평소 예쁜 것을 좋아하시는데 꽃스카프 등 예쁜 아이템들이 많다. 그리고 여전히 예브다"며 "'엄마를 가져다 놔 보자' 싶어서 어머니 의상을 많이 택했다. 그래서 감정도 더 좋았다"고 흡족해 했다. 김수안은 2살 육아의 달인 공주 역할을 맡아 국민 배우 나문희와 65년차 나이차이를 뛰어넘는 케미스트리를 뽐낸다. 공주는 갓난 동생 진주까지 업고 말순 할매 앞에 나타나 다짜고짜 자신을 "손녀"라고 소개하는 인물. 살림 100단, 육아 전문으로 당차고 씩씩한 이미지는 물론, 풍성한 감성 연기로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2011년 6살의 나이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수안은 현재까지 약 17편의 상업 영화에 출연하며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부산행' 공유 딸, '군함도' 황정민 딸에 이어 '신과 함께-죄와 벌' 지옥의 신으로 '천재 아역'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미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던 김수안은 나문희의 손녀로 싱크로율 높은 매력을 자랑할 예정이다.
김수안은 "이전에는 아빠들과 호흡맞출 기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할머니와 같이 하는 작품이었다"며 "무엇보다 12살 애어른 친구의 감정을 전달 드려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했다. 평소 아기를 좋아하는데 동생으로 나온 진주도 너무 예뻤다"고 강조했다.
나문희와 김수안은 시종일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데도 여념이 없었다. 사회를 맡은 박경림 역시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문희 선생님이 '더 컸네!' 하면서 수안이부터 꼭 안아 주시더라"고 두 사람의 케미를 입증했다.
나문희는 "우리 둘은 스타일이 다르다. 난 좀 노심초사하는 스타일이고, 수안이는 평소에 가만가만 놀기만 한다. 속으로 은근 불안해 하면서 '쟤가 왜 저러나' 싶었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달라지더라. 내가 괜한 염려를 했던 것이다"며 미소지었다.
김수안은 "처음에는 너무 대선배님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워낙 잘 챙겨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실제 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했다"고 손녀딸 같은 애교를 부려 눈길을 끌었다.
이에 허인무 감독은 "현장에 수안 양은 엄마와, 나문희 선생님은 딸과 함께 왔다. 딸과 엄마, 엄마와 딸이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 난 엄마도, 딸도 될 수 없지 않나. 영화 찍으면서 행복했고, 네 분을 보고 있는 것이 기운도 났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세대를 뛰어넘는 나문희·김수안의 케미와, 따뜻한 스토리가 기대를 모으는 '감쪽같은 그녀'는 내달 27일 개봉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