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을 이른 아침에 배달하는 마켓컬리의 신규 TV 광고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GS숍·롯데홈쇼핑 등 마켓컬리에 이어 새벽배송을 시작한 기업을 향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따라올 줄 몰랐다"며 다분히 도발적 멘트를 남겼기 때문이다. 마켓컬리가 국내 처음으로 시작한 '샛별배송'이 인기를 끌자 대기업들도 잇달아 뛰어들고 있으나, 여전한 1등은 마켓컬리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대기업 향해 당돌한 미소…마켓컬리 신규 광고 마켓컬리는 지난 25일 약 4개월 만에 신규 광고를 내놨다. 마켓컬리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줬던 톱모델 전지현은 빠졌지만 눈길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번 광고는 전조등을 타고 느릿느릿 줄지어 달리는 배송 차량의 클로즈업 화면으로 시작된다. 선명한 노란색·빨간색·하얀색 트럭들은 특정 쇼핑몰을 연상시킨다.
이내 화면은 마켓컬리 샛별배송 차량이 보이는 전체화면으로 전환되고, 앞서 보여줬던 많은 차량들이 사실 마켓컬리 트럭 위에서 달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마켓컬리 차량이 시동을 켜고 빠르게 질주하자 트럭 위에서 천천히 달리던 차량들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쟁쟁한 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고 유사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나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마켓컬리라는 걸 확실히 각인하는 내용이다.
마켓컬리는 2015년 세상에 나온 스타트업이다. 전날 밤에 주문을 해도 아침이면 문 앞까지 도달하는 샛별배송은 나오자마자 빅히트를 쳤다. 모든 과정이 '풀콜드시스템'으로 운영돼 변질이 쉬운 신선식품도 문 앞에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 1인 가구는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에 열광했다. 샛별배송을 전면에 내세운 마켓컬리는 2016년 174억원에서 출발한 뒤 2018년 1571억원으로 약 9배 성장했다.
마켓컬리가 시장의 유행을 이끌어가자 대기업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신세계 통합 쇼핑몰 SSG닷컴이 서울 10개구에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7월에는 롯데홈쇼핑이 온라인 쇼핑몰 롯데아이몰에 새벽배송 전문관 '새롯배송'을 오픈하고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신선식품과 간편식 등 500여 개 상품을 이른 아침에 배송한다고 밝혔다. GS홈쇼핑과 롯데홈쇼핑, CJ ENM의 오쇼핑부문 등 홈쇼핑업계도 '참전'을 선언했다.
이들 대기업들은 애초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에 회의적이었다. 새벽배송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 풀콜드시스템에 초점을 맞춘 물류센터를 새로 구축하는 것도 막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마켓컬리를 향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얕잡던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마켓컬리가 신규 론칭한 광고에서 경쾌한 배경음악과 함께 남긴 "컬리는 몰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컬리의 뒤를 따라오실 줄은요"라는 멘트는 유통업계 대선배이자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경쟁 대기업들의 속을 긁을 수밖에 없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에서 열린 `마켓컬리 올페이퍼 챌린지 기자간담회`에서 종이재질 포장재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에서 열린 `마켓컬리 올페이퍼 챌린지 기자간담회`에서 종이재질 포장재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샛별배송’ 히트는 쳤는데…적자 늪은 고민
마켓컬리가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마켓컬리의 영업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2015년 54억원 손실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337억원까지 적자 규모가 늘어났다. 누적적자는 약 6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손익분기점 도달을 목표로 했지만 실패했다.
마켓컬리는 적자는 물류자산·직원채용·데이터·소프트웨어 등 적절한 인프라를 위해 투자를 하면서 손실이 쌓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상 수도권 지역에 한정된 샛별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마켓컬리는 현재 서울 장지(냉동·냉장·상온), 경기도 죽전(상온), 남양주(냉동)에 물류센터를 두고 하루에 3만~4만건의 물량을 배송하고 있다. 내년 9월에는 경기도 김포에 2만7000평 규모 물류센터가 문을 연다. 김포 물류센터는 냉동·냉장·상온 상품을 운송할 예정이다.
게다가 대기업들도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가 신선식푸 새벽배송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건 사실상 적수가 없던 지난해까지였다고 봐야 한다. 이는 마켓컬리가 끝없이 매각설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면초가인 마켓컬리는 판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마켓컬리의 물류 전문 자회사인 프레시솔루션이 신규 택배사업자로 선정됐다고 공개했다. 신선식품 배송 노하우를 갖춘 마켓컬리는 제3자 물류(3PL)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직까지 CJ대한통운 등 기존 택배사들이 냉동·냉장 차량을 활용한 신선식품 개인 배송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택배 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스타트업인 마켓컬리의 당찬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지난 캠페인에서는 새벽배송과 풀콜드체인 등 서비스의 기능적인 장점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대표 새벽배송 기업'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빠르게 전진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며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은 고객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