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3일 발표한 2020년 FA 승인 선수 명단에 따르면, FA 자격 선수로 공시된 24명 가운데 총 19명이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했다. 투수가 7명, 포수가 2명, 내야수가 7명, 외야수가 3명이다.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10명, 다시 한 번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가 9명으로 거의 절반씩 나뉜다.
지난해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한 포수 양의지처럼 '특대어'로 꼽힐 만한 선수는 올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충분히 많은 구단이 탐낼 만한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눈에 띈다. 롯데 소속이던 외야수 전준우(33)와 KIA에서 뛰던 내야수 안치홍(29) 김선빈(30)이 그렇다.
◇잔류가 유력한 프랜차이즈 스타들
SK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37)과 한화 내야수 김태균(37) 두산 내야수 오재원(33) KT 외야수 유한준(38) 등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거나 팀에서 라커룸의 구심점이 되는 선수들이라서다. 이미 SK와 한화는 각각 김강민과 김태균을 잔류시키겠다는 방침이 확실하다. 선수들 역시 팀에 대한 애착이 커 '원 팀 플레이어'로 은퇴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계약기간에 대한 합의만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이른 시간 내에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
롯데 출신 투수 손승락(37)과 고효준(36)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 FA로 팀을 옮긴 선수 21명 가운데 보상선수를 내주고 이적한 34세 이상 선수는 롯데에서 한화로 간 심수창이 유일했다. 지난해 이미 FA 때 일부 대어급 선수를 제외하면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체감해야 했기에 더 그렇다.
◇전준우와 내야수 트리오의 가치는 어디까지?
전준우와 안치홍, 김선빈, 오지환(29·LG)의 거취와 몸값은 이번 FA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네 명 모두 한 번 이상 국가대표를 경험했던 선수들이고, 모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공수주를 겸비한 수준급 베테랑 외야수로 꼽히는 전준우는 올해 타율 0.301에 홈런 22개(공동 6위) 83타점(15위)을 기록하면서 중장거리포로서 건재를 과시했다. 데뷔 후 꾸준히 팀 주전으로 활약한 내야수 트리오 안치홍, 김선빈, 오지환은 단숨에 내야 수비를 강화할 수 있는 유격수와 2루수 포지션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인 카드다. 특히 동갑내기인 안치홍과 오지환은 펀치력까지 겸비했다.
많은 팀이 전력 보강을 원하는 두 명의 포수가 어떤 팀으로 가게 될 지도 관심사다. 키움에서 FA가 된 이지영(33)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베테랑 포수의 포수의 진가를 보여줘 가치가 급상승했다. 경험 많은 포수는 안 그래도 '희귀 매물'로 꼽히는 터라 전망이 장밋빛이다. 다만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가 걸림돌이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김태군(30)은 입대 전 NC 주전 포수로 활약했지만 올해 양의지가 팀 전력에 가세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포수가 약한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권리 행사를 포기한 다섯 명의 선수들
19명의 선수가 설레는 마음으로 FA 협상을 기다리는 반면, FA라는 기회를 포기해야만 하는 선수들도 다섯 명이 있다. 두산 장원준(34)과 LG 장원삼(36), 삼성 손주인(36), SK 박정배(37)와 나주환(35)이다. 지난해 FA 자격일수를 채우지 못했던 장원준은 올해도 6경기에서 별다른 활약 없이 부진해 2년 연속 FA 신청을 하지 못했다. 내년 시즌 부상을 털고 재기에 성공해 그 이후의 기회를 노려보는 수밖에 없다.
SK 베테랑 투수 박정배와 내야수 나주환도 성적이 좋지 않아 FA 신청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장원삼은 LG에서 방출돼 새 팀을 찾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스토브리그가 열리지 않아 구직이 쉽지만은 않다. 손주인은 이미 은퇴를 결정하고 삼성 프런트로 새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