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의 활약이 이전보다는 두드러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남성 중심 영화, 그리고 캐릭터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효진과 정유미는 비수기, 여성 캐릭터가 온전히 빛나는 작품으로 충무로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빈약한 허리라인 흥행을 톡톡히 책임져 의미를 더했다.
특히 공효진과 정유미는 비슷한 듯 전작에서는 선보인 적 없었던 캐릭터로 과감한 변신을 꾀했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한편 흥행까지 일궈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작품을 고르는 심미안과 내공으로 빛낸 흥행 파워가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불러 일으킨 셈이다.
먼저 공효진은 지난 달 2일 개봉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김한결 감독)'로 기분좋은 스크린 흥행을 맛 봤다. 전작 '뺑반(한준희 감독)'이 크게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던 공효진은 '러브픽션(전계수 감독)' 이후 선택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공효진+로코=흥행' 공식을 또 한번 입증시켰다.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선영은 브라운관에서 숱하게 보여줬던 로코 주인공과는 사뭇 다른 매력의 소유자다. 공효진은 다소 예민하고 까칠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선영의 설정을 공효진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면서 관객들을 손 쉽게 설득시켰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5일까지 289만1518명을 누적,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뛰어 넘었고, 300만 명에 근접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앞선 인터뷰에서 "저 300만 넘을 수 있겠죠?"라며 숫자까지 콕 집어 해맑게 외쳤던 공효진의 바람도 사실상 현실화 됐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가장 보통의 연애'까지. 공효진은 언제든 스스로 '공효진 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자다.
정유미는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대차게 싸워 이겼다. 어느 한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 만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전례없는 악플 테러에 휩싸여야 했던 정유미는 영화에 대한 믿음과,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굳은 심지로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을 보란듯이 흥행시켰다.
무엇보다 정유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윰블리'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캐릭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순히 결혼 후 삶과 육아에 지쳐하는 모습 뿐만 아니라, 직장인부터 딸까지 현실적이면서도 일상적인, 평범한 '한 여성'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 캐릭터 자체에 숨을 불어 넣었다. '배우 정유미'의 연기력과 가치를 증명하며 "올해 제일의 연기력"이라는 찬사까지 받아냈다.
지난 달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5일까지 258만8452명을 누적 중이다. 여전히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며 떨어지지 않는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어 최종 스코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82년생 김지영' 역시 손익분기점은 개봉 8일만에 넘겼다.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가 함께 만든 결과다.
한 충무로 관계자는 "공효진과 정유미는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고르는 눈과, 연기라는 아주 기본적인 실력이 장착된 배우들이다. 늘 변화하고 있고,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성장을 보여준다는 점이 공효진과 정유미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작품을 움직이는 굵직한 배우들이 됐다"고 애정했다.
열심히 달린 공효진은 잠시간 신나는 휴식기를 갖고, 정유미는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에 이어 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다시 만날 예정. 매 순간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공효진과 정유미의 행보에 업계 주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