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80대 할머니 A씨가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체포된 것이다.
A씨가 훔친 물건은 우유와 주스 등 음료수 2500원어치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그랬다"며 물건을 훔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을 맡은 강남서 형사 1팀 김정석(50) 경위는 전과도 없는 80대 할머니의 사연에 마음이 쓰였다.
김 경위가 A씨는 빌라 반지하에서 고등학생 손자와 어렵게 살고 있었다. 지역 주민센터에 따르면 A씨는 아들이 있지만 떨어져 살고 있다. A씨 아들이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다.
김 경위와 동료들은 주민센터 측에 A씨의 사정을 설명하고 학비와 생활용품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득했다. 다행히도 주민센터가 학비와 생활용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또 할머니가 굶으시는 일이 없게끔 구호물품 등이 전달되도록 조치하고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김 경위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날씨도 추워지는데 연로하신 할머니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알아보니 일을 하고 있는 아들은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지 않았다"며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우리가 직접 도울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적극적으로 나서 주셨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사건이 생활고로 벌어진 가벼운 범죄인 점을 고려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회부를 거쳐 훈방 등으로 선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