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 이대형,배영섭, 최승준. 각 구단 홈페이지 제공]비활동기간 돌입을 앞두고 유독 추운 겨울을 맞이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시련을 성장과 재도약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을까.
보류선수 신청 마감일(11월 25일)을 앞두고 각 팀이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의 결과가 차례로 공개되고 있다. 2019 정규시즌 1위 두산은 지난 22일 13명에게 재계약 불가 방침을 전했다. 2위 SK도 이튿날 14명에게 내년 시즌 동행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 롯데도 23일에 3차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시즌 폐막 전후로 이미 선수단 정리가 이뤄졌다. 몇몇 팀은 20명 안팎이다. 길게는 10년 넘게 한 팀에서 뛰었던 선수도 칼바람을 맞았다. 지난 20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이적에 성공한 18명은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방출된 선수들은 당장은 기약이 없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선수들은 은퇴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올겨울은 무적(無籍) 선수 가운데 1군에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선수가 유독 많다.
롯데 출신 외야수 김문호(32)가 꼽힌다. 고교(덕수고) 시절부터 타격 능력만큼은 발군으로 인정받던 선수다. 2016시즌에는 규정 타석을 채우며 타율 0.325를 기록하기도 했다. 데뷔 11년 차에 잠재력을 드러냈지만, 롯데가 2018시즌을 앞두고 내·외부 외야 FA(프리에이전트) 2명과 계약하면서 다시 백업으로 밀렸다.
그러나 300타석 이상 소화한 세 시즌 모두 타율 2할 9푼 이상을 기록했다. 꾸준히 기회를 받으면 공격 기여도도 높아질 수 있다. 좌타 외야수가 필요한 팀에서는 영입할 가치가 있다. 연봉 보전을 하지 않는다면 1억 원 미만으로 3할 타율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2011시즌 신인왕 배영섭(33)은 2년 연속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첫 구단인 삼성에 이어 SK에서도 전력 외 선수로 평가됐다. 그도 출전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SK 외야 자원은 풍부하다. 그러나 타격과 주루 능력 그리고 강팀에서 뛴 경험이 그의 경쟁력이다.
터지지 못한 거포 유망주 최승준(31)도 SK 유니폼을 벗었다. LG에서 SK로 이적한 첫 시즌(2016)에는 홈런 19개를 치며 꽃길을 걷는 듯 보였지만 이듬해부터 2군을 전전했다. 최근 두 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전망이 어렵다. '환경 변화' 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름값으로는 이대형(36)이 가장 높다. 현역 선수 최다 도루(505개) 기록을 보유한 선수다. 그러나 KT는 계약 기간이 끝난 그와 재계약하지 않았고, 선수는 현역 연장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방출 수순을 밟았다. 기량은 판단이 어렵다. 최근 두 시즌 동안 부상 여파로 19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수 가운데는 베테랑 불펜 자원 박정배(37) 좌완 장원삼(36) 우완 홍상삼(29)이 다른 팀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
그동안 방출을 발판 삼아 새로 출발한 팀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도 있다. 실력이 검증된 베테랑을 다수 영입해 가을 야구에서 효과를 본 팀도 있다. 전 소속팀에서는 실력을 평가받을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잠재력을 꽃 피우는 사례도 많다. 바뀐 환경, 달라진 각오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에게는 방출과 시련이 새 출발을 하는 기회다.